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생각의 기술, 유추 글쓰기
세상은 온통 익숙한 것들로 세워져 있다. 이것은 마치 거대한 도서관처럼 생겼다. 나는 어제의 기억으로 오늘을 사는 존재이며, 아는 지식의 범주 안에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다시 분류한다. 그런데 만약, 범주 어디에도 꽂을 수 없는, 생전 처음 겪는 형태의 책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대부분 당황하며 뒤로 물러서거나, 애써 외면할 것이다. 낯선 존재는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하니까.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라고 정의하고 싶어 진다). 새벽 3시가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치미는 안개 같은 생각, 나조차 명확히 캐내지 못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감정의 미세한 결, 복잡하게 얽힌 사회의 문제들. 이것들을 어떻게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도록 견인할 수 있을까, 이것이야 말로 내 글쓰기가 반드시 지향해야 할 근본적 결함일 것이다.
‘이해’라는 다리를 놓아주지 못하면 독자는 그 낯섦 앞에서 길을 잃는다. 이때 나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유추(Analogy)’, 즉 생각의 다리를 놓는 기술이다. 나는 얼마 전 개념적 의미에서의 유추를 의미적으로 혹은 맥락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해묵은 문학적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사고의 경계를 벗어나 상상의 세계에서 내가 흔히 겪고 만나는 세계를 해석하려고 시도했으니까. 마치 하루키가 만든 <1Q84>의 세계는 허구가 아닌 실세계라고 간주하며.
유추는 단순히 ‘A는 B와 같다’는 비유를 넘어선다. 그것은 두 대상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와 ‘구조’를 발견하고 지적으로 연결하려는 작가적 상상력의 결과다. 마치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구경할 때, 나에게 친숙한 공간의 청사진을 그 위에 오버랩시켜 보는 것과 같다.
익숙한 대상(Source)의 작동 원리를 빌려와서, 낯선 대상(Target)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거기엔 무의식이 훨씬 많이 작용한다. 의식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다가는 내 머리는 그것을 감당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나는 ‘곳간’이라는 익숙한 개념에서 ‘자원을 축내지만 채우지는 않는 속성’을 꺼내 와 ‘월급루팡’이라는 낯선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것은 내 생각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지점이다. 곳간의 쌀을 축내는 쥐와 회사의 자원을 축내는 월급루팡. 둘의 관계 구조는 놀랍도록 닮아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강력한 사고 도구, 유추 능력을 어떻게 갈고닦을 수 있을까? 단순히 소설을 자주, 아니 많이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관계의 눈’,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훈련이다.
AI가 있어서 사고 능력을 기르기 아주 쉬워졌다. 나는 그래서 다음 훈련법을 제안한다. 뇌를 위한 세 가지 피트니스, 유추 훈련법을 시작해 보자. 일상에서든, 글쓰기에서든 우리의 지적 세계를 비약적으로 확장해 줄 테니.
이 훈련은 생각의 유연성을 기르는 데 탁월하다.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해, 그 단어와 구조적으로 닮은 다음 단어를 연쇄적으로 떠올리는 게임이다. 마치 재즈 연주자가 기존의 패턴을 무시하고 즉흥적으로 연주를 이어가듯, 생각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독’ → ‘불륜’ → ‘돈’ 이런 것이다.(혹은 돈이 아니라 파멸이 될 수도 있다.)
이 연결고리는 어떻게 성립할까?
중독 → 불륜: 무엇이 둘을 연결하는가?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자기 파괴적 관계’라는 구조적 유사성인 것 같다. 중독은 물질이나 행위에 대한 의존이고, 불륜은 특정 인간에 대한 비윤리적 의존이다. 둘 다 처음에는 쾌락을 주지만, 결국 자신과 주변을 파괴한다. 그 단어가 가진 비밀스럽고, 끊어내려는 시도는 금단 증상 같은 고통을 동반한다.
불륜 → 돈: 이 연결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구조를 파고들면 무릎을 탁 치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을 지배하고,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강력한 욕망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 불륜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과 돈 때문에 인간관계가 무너지는 과정은 유사한 비극성을 띤다. 또한, 둘 다 소유하려 할수록 더 큰 갈증을 느끼게 하는 속성이 있다.
이처럼 유추 꼬리물기는 표면적인 유사성을 넘어, 대상의 본질적인 ‘작동 방식’과 ‘관계 구조’를 꿰뚫어 보게 한다. 이 훈련을 위한 AI 프롬프트는 아주 간단하다.
AI 프롬프트 (유추 꼬리물기)
지금부터 ‘유추 꼬리물기’ 훈련을 시작할 거야. 내가 먼저 단어를 제시하면, 너는 그 단어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다른 대상을 제시해 줘.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 이유(연결 논리)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줘. 다음엔 네가 제시한 단어로 내가 다시 꼬리를 물게.
시작 단어: [여기에 아무 단어나 입력하세요. 예: 다이어트, 주식투자, 아이돌 팬덤]
부검이라는 말이 섬찟하지만, 내가 지어낸 개념은 아니다. 두 번째 훈련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세상에 널리 쓰이는 유추를 해부대 위에 올려놓고, 그 속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유추 부검’이다. 모든 유추에는 명확한 효용과 치명적인 한계가 공존한다. 이것을 분별하는 능력이 비판적 사고의 핵심이며, 글에 깊이를 더하는 결정적 무기가 된다.
유추 부검은 네 단계로 진행된다.
1. 유추 확인: 어떤 대상을 무엇에 빗대고 있는가? (A는 B와 같다)
2. 유효성 분석: 왜 이 유추는 설득력이 있는가? 어떤 공통된 구조와 원리가 작동하는가
3. 한계점 분석: 이 유추는 어디까지 진실인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이며, 그 차이가 왜 중요한가?
4. 최종 판결: 이 유추를 사용할 때 얻는 이득과 감수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가?
‘국가 경제 = 가계부’라는 유추를 부검 보고서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자. 이것은 유추 부검의 모범 사례다.
<유추 부검 보고서: 국가 경제는 가계부와 비교될 수 있는가?>
사건 개요: ‘국가 경제’의 작동 원리를 ‘가계부’에 빗대어 설명하는 유추에 대한 타당성 검증.
1. 유추 확인: 국가 경제(Target)를 가계부(Source)에 비유함. 즉, ‘나랏 살림’을 ‘우리 집 살림’처럼 이해하려는 시도.
2. 유효성 분석 (시신의 건강했던 부분): 핵심 논리: 경제를 ‘자원의 흐름(수입/지출)’이라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모델로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구조적 유사점: 가계부의 ‘수입(월급 등)’, ‘지출(소비)’, ‘저축’, ‘부채(대출)’ 개념은 국가 경제의 ‘세수’, ‘정부 지출’, ‘재정 흑자’, ‘국가 채무’ 등과 표면적으로 대응된다. 복잡한 경제 개념을 일상 언어로 번역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3. 한계점 분석 (직접적인 사인): 규모의 오류: 가계와 국가는 규모와 목적 자체가 다르다. 가계의 흑자는 미덕이지만, 국가의 과도한 흑자는 돈이 돌지 않는 ‘경제 동맥경화’의 신호다. 결정적으로, 가계는 돈을 찍어낼 수 없지만 국가는 가능하다. 이 차이는 위기 대응 방식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가계의 목표는 ‘우리 가족의 안녕’이지만, 국가 경제의 목표는 ‘사회 전체의 후생 증진과 부의 재분배’를 포함한다. 따라서 가계부 논리로 국가의 복지 축소를 정당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논리적 비약이다.
4. 최종 판결 (결론 및 권고): 평결: 본 유추는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개념 안내서’로서는 유용하나, 실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설계도’로 사용될 경우, 복지 축소와 재정 건전성 강박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따라서 이 유추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그 한계를 명시해야 한다. “물론, 국가 경제는 돈을 찍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계부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만…”과 같은 단서를 붙여, 독자가 유추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안내할 책임이 있다.
이처럼 유추 부검은 시야를 날카롭게 만든다. 미디어에서, 정치인의 연설에서, 심지어 우리가 무심코 쓰는 표현 속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유추들의 민낯을 보게 되는 것이다.
AI 프롬프트 (유추 부검)
지금부터 ‘유추 부검’ 훈련을 시작하자. 내가 널리 쓰이는 유추 표현을 하나 제시할게. 너는 아래 네 단계에 맞춰 이 유추를 해부하고 분석해 줘.
유추 확인:
유효성 분석:
한계점 분석:
최종 판결:
분석 대상: [여기에 유추 표현 입력. 예: ‘인생은 마라톤이다’, ‘사랑은 전쟁이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다’]
마지막 훈련은 창의성의 근육을 직접적으로 단련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개의 단어를 강제로 연결하여 그 사이의 숨겨진 다리를 놓는 훈련이다. 앞선 두 훈련이 주어진 유추를 분석하고 확장하는 것이었다면, 이 훈련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가장 고통스럽지만 가장 짜릿한 과정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올려주는 존재’는 사실 유추라기보다는 정의에 가깝다. 이종 결합 훈련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인공지능’ = ‘유능하지만 감정 없는 집사’
이 연결은 어떻게 가능할까? ‘인공지능’이라는 낯선 대상을 ‘집사’라는 익숙한 대상에 빗대어 그 속성을 구체화한다.
닮은 점: 내가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처리해 준다. 자료를 찾아주고, 일정을 정리하고, 복잡한 계산을 대신해 준다. 나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파트너다.
다른 점: 하지만 집사는 내 기분을 살피거나, 내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하는 척은 잘한다. 오직 명령과 효율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따라서 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인간적인 위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유추 하나가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기대를 걷어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실용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글에 이런 유추를 녹여낸다면, 독자는 무릎을 치며 당신의 통찰에 감탄할 것이다.
AI 프롬프트 (이종 결합 훈련)
‘이종 결합 훈련’을 하자. 내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제시할게. 너는 이 둘을 연결하는 기발한 유추 문장을 하나 만들어 줘. 그리고 그 유추가 왜 그럴듯했는지 간단하게 이유를 설명해 줘.
제시 단어: [A]와 [B] (예: 스마트폰과 묘비, 커피와 민주주의, 도서관과 심해)
이 훈련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지하철의 에스켈레이터에 까맣게 줄 지어 있는 사람들의 꽉 막힌 행렬들에서 절벽 낭떠러지로 무심히 달려가는 레밍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누구도 의식 없이 아니 의심 없이 자신의 길이 아닌 곳을 고집스레 집착하려 하는.
유추 훈련은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을 바꾸는 일이다. 흩어져 있던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고, 무질서해 보이던 현상 속에서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는 희열을 맛보게 된다.
오늘 저녁, 퇴근길 지하철에서 눈에 들어온 ‘광고판’을 보며 ‘도시의 혈관에 붙은 콜레스테롤’이라는 유추를 떠올릴 수 있다면, 유추 훈련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글쓰기가 막막한가? 설명해야 할 개념이 너무 어렵고 추상적인가? 그렇다면 당신의 ‘곳간’을 열어 가장 익숙한 기억 하나를 꺼내 보라. 그리고 그것과 연결할 낯선 대상을 찾아보자. 유추라는 다리를 놓는 순간, 당신의 글은 독자의 머릿속이 아닌 가슴속에 가 닿는 강력한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지금 바로, 당신의 첫 유추를 AI와 함께 시작해 보라.
작가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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