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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r 08. 2020

밀포드 트레킹 : 까르페디엠 (Day 0)

2020년 1월 2일, 뉴질랜드 퀸스타운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들려오는 비행기의 소음이 거슬린다. 창밖으로는 뭉게구름이 걸려있다. 아래로 보이는 눈에 덮인 설산이 경외감과 설레임을 자아낸다. 밀포드 트레킹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밀포드 트레킹을 하기로 으쌰 으쌰 한 지 거의 일 년이 지났다. 나를 포함한 4쌍의 부부, 총 8명이 함께 하는 여행이다. 소위 말하는 총무역할은 내가 맡았다. 8명이 움직이다 보니, 그리고 패키지 형태의 가이드 트레킹이 아닌 개별 트레킹이다 보니 참 신경 쓸 게 많았다. 트레킹 코스, 교통, 숙박 등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일이 끝없이 이어졌다. 다음에는 그냥 가이드 트레킹으로 갈까? 그래도 이렇게 좋은 분들과 좋은 곳에 착한 가격으로 함께 갈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뭘 부탁드려도 모두 흔쾌히 오케이 하셨다. 트레킹 코스, 숙박 등 예약을 위해 개인별 송금을 요청하면 모두 당일이나 늦어도 그다음 날까지 총알 같은 스피드로 보내주셨다. 송금받지 못한 금액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여행을 통해 뭐를 얻고 싶은가? 2020년 새해 계획 세우기, 나 자신을 좀 더 당당히 드러내고,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실패하더라도 유머를 구사하기, 때로는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눈치 보지 말고 제 멋대로 행동해보기, 작년 일 년 동안의 일중에 제일 기억나는 것과 올해 소망을 일행들과 함께 얘기하기, 밀포드 개별 트레킹의 준비부터 실행까지에 대한 글 쓰기, 트레킹 사진들로 앨범북 만들기.


비행기 옆좌석에는 부부이거나 연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아있다. 둘 다 나이가 50대 정도로 보이는데 뽀뽀를 연거푸 두 번씩이나 했다. '남미 출신인가? 결혼한 지 또는 연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나?' 들려오는 말소리는 영어가 아니다. '이탈리아어? 불어? 스페인어?'   


뽀뽀도 중요하지만 트레킹 동안 모두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 내 주위에 있는 분들이 제일 소중하다. 순간순간을 즐기자. 그 순간이 고통스럽더라도. 무언가 예상과 다르게 펼쳐지더라도 받아들이자. 그것이 고통이든, 배움이든, 즐거움이든. 혹시 힘들더라도 미소를 짓자.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코를 오른손으로 누른 후 깊게 심호흡을 하자. 까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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