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길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엄마는 노약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시고
나는 계단으로 올라간다.
대화는 언제나 똑같다.
" 니도 타고 가자 ~"
"아냐 , 내가 타면 욕 먹지 "
" 니도 피곤한데 "
"난 괜찮아 "
올라가서 기다리면 늘 똑같은 대화는 이어진다.
"기다렸나? 먼저 가지..."
먼저 간 적은 한 번도 없고
엄마는 늘 먼저 가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늘 똑같이 집에 온다.
그런데 , 갑자기 공부하시던 엄마
"옥희야... 고맙데이..."
"응? 갑자기?"
이야기는 이러했다...
엘리베이터에 타신 엄마는
오늘따라 아무도 없어서 놀랐다고 하신다.
무서운 생각도 들고
문이 닫히자 더 당황하신 듯하다.
무엇을 눌러야 하나 하고 자세히 보니
"지상"이라는 글씨가 보였다고 ,
그래서 눌렀더니 정말 지상으로 올라왔다면서
신기한 경험을 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분명 아까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엄청 기뻤을 텐데
그때 말씀 안 하시고 이제 말씀하시는 것 보면
생각할수록 본인이 대견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러신 건가...
자식 때문에 서울 올라오셔서
지하철은 복잡하고 답답하다고 잘 안 타고 다니셨는데
이제는 어느새 혼자서 버스 타고 큰 시장에도 다녀오시고 ,
갈아타는 건 힘드시지만
한 번에 가는 길은 지하철도 타고 다니시고
크게 아픈 신 곳 없으시니
내가 더 고맙고 감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