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숨을 고르는 힘, 회복탄력성

빗물에 젖은 마음을 안고 사는 것

by 졔하


그날 저녁,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회색빛 공기가 골목을 타고 번져

건물 벽과 간판 색을 조금 더 흐리게 만들었다.
우산 위로 떨어진 빗방울은 작게 부서졌다가

끝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



나는 단정한 차림으로,
그가 기다리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서로를 알아가던 대화 중,

그가 물었다.


“상대를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세요?”


잠깐 생각하다가 나는 대답했다.


저는... 회복탄력성이요.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금은 뜻밖의 대답을 들은 것처럼

나를 바라봤다.




힘들어도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
상처를 피하려고만 하지 않고,

부러지지 않을 만큼 유연한 사람.


회복탄력성.


어린 시절의 나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날아온 돌멩이를 그대로 맞고

억지로 목구멍 깊숙이 삼켰다.
그저 참는 것이 잘 버티는 거라 믿었다.


그렇게 삼킨 것들은
오래 아물지 못한 채,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그저 오는 대로 맞고,

최대로 아파하는 마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돌멩이가 날아오면,

발끝으로 툭 차거나,
옆으로 흘려보내기도,

바닥에 그대로 두기도 한다.


그 무게를 인정하고,
필요한 만큼 거리를 둔다.

그리고 그 돌멩이가
예전만큼 커 보이지도 않는다.


그 작은 움직임들이 쌓여

나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었다.


완벽하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살아갈 자리를 찾아내는 사람.


그 힘이 있으면,

빗물에 젖은 마음 한켠을 안고도
계속 걸어갈 수 있었다.



돌아보면,

큰 상실과 작은 좌절이 겹쳐도,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다시 숨을 고를 줄 아는 마음 덕분이었다.


결국 회복탄력성이란,

태풍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완벽히 무너지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바람에 몸을 맡기되

꺾이지 않는 유연함,
잠시 숨을 고르고

방향을 다시 잡는 힘에 가깝다.


우리가 넘어지고, 상처받고,

길을 잃는 순간은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그때 필요한 건
다시는 시도하지 않겠다며

등을 돌리는 결심이 아니라,
한 박자 멈춰 서서

스스로의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다.


감정을 진정시키고,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고,
작은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말이다.


숨을 고를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걸음을 뗄 수 있다.
그 걸음이 처음보다 느릴 수도 있고,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 순간부터 다시 ‘살아내는’ 여정이 시작된다.




오늘도,

회복의 줄을 단단히 엮어가는

당신의 버팀과 가쁜 숨 위에

나의 존경과 위로를 고요히 전한다.


다시 숨을 고를, 당신의 모든 시간을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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