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의 아내, 나로 살아가는 법>
이 글을 몇 년 전부터 쓰고 싶었다. 그래서 책 쓰기 워크숍을 등록하기도 했고, 100페이지가 넘는 초안을 써보기도 했다. 용기를 내어 많은 출판사에 출간기획안을 보냈고, 전부 거절당했다. 그러면서 “창업가의 아내로서 살아온 시간”이라는 말을 꺼내는 게 어쩐지 조심스러웠다. 그건 남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가족 전체의 시간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나’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이 시리즈를 10편으로 멋지게 연재하고 싶었다. 완성도 있게, 후회 없게, 딱 브런치북다운 글로. 멋있게. 보란 듯이 보여줄 수 있게.
하지만 마음속 어디에선가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목소리가 자꾸만 발목을 잡았다. 내 이야기로 남편의 사업에 피해를 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괜히 아이들 이야기를 해서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도망가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안전한 나의 집으로, 어느 누구도 내게 닿을 수 없는 안전한 나의 사람들 속으로.
혼자서 몇 년쯤 도망 다니다 지쳐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글은 완벽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나의 지난 시간들을 한 번쯤 꺼내보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조금 더 분명히 바라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한때는 남편 회사의 직원으로 살았던 내가, 어떤 시간을 견뎌왔는지를.
창업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시작’의 느낌을 주지만, 그 뒤에 있는 가족에게는 알 수 없는 미래와 불안함 사이의 싸움이 된다. 나는 그 속에서 친한 친구나 부모님에게조차 말들을 쏟아내지 못해 혼자 많이 울고, 자주 나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내가 주연이기도 하고, 조연이기도 한 어떤 시간들.
그 시간을 나의 언어로 남겨보고 싶어졌다.
혹시, 나처럼 무언가를 ‘잘하고 싶어서 시작도 못한’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