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아

<창업가의 아내, 나로 살아가는 법>

by 작가 혜진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사업이 잘되기 시작하면서 나는 점점 더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남편의 회사는 커졌고, 입소문을 타고 사용자가 늘었다. 네이버 급상승 키워드에도 올랐다. 심지어 TV 광고까지 나왔다. 그 광고에는 한때 모두가 좋아했던 배우가 출연했다. 이제는 그 이름조차 조심스럽게 언급해야 하지만, 당시엔 배우의 존재 자체가 남편 회사의 성공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검색포털사이트에 남편 이름과 서비스명을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왔다.


남편이 잘되면 좋은 일인데, 나는 왜 이렇게 속이 타고, 마음이 꺼져가는 걸까? 남편의 뒷모습만 보고 그저 따라서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부부라면 같은 곳을 보며, 함께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저 그의 안내에 따라 인형처럼 움직일 뿐이었다.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나는 왜 이렇게 초라하지?”


그 시절의 나는, 그동안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내 몸에 대한 비용을 철저하게 치르고 있었다. 잦은 병원 진료와 아이 둘 육아 사이에 갇혀 있었다. 몸도 마음도 병든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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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내게 “요즘 뭐 해요?”라고 물으면 나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현재 잘 나가고 있는 ‘창업가의 아내’ 말고, 나를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 더 속상했던 건, 오래된 친구들의 소식이었다. 회사를 다니던 친구들은 차근차근 승진해서 ‘부장님’, ‘팀장님’, ‘이사님’으로 불리고 있었고, 나는 “아직 애 키우는 중이야…”라는 말만 되뇌고 있었다.


그 시간들이 너무나 버거워서, 나는 스스로를 조금씩 세우기 시작했다. 운동을 제대로 시작했던 건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다가 갑자기 디스크가 터졌을 때였다. 누워서 눈물만 흘리던 날, 나 스스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5년 넘게 다니면서 아프지 않은 몸으로 만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몸을 움직이는 삶을 선택했다. 아이스하키, 수영, 골프, 헬스, 등산, 스키. 사계절 내내 무언가를 배웠다. 재밌어 보이는 운동을 시작했고, 내 몸을 돌봤고, 나의 시간표에 ‘나’를 위한 칸을 하나씩 늘려갔다.


그 시간들은 내게 이렇게 말해줬다.

“너는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걸 버텨내고 있는 거야.”

“너는 지고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살아가고 있는 거야.”


남편이 잘되어 가는 시간은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했던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남편을 두었느냐며 부럽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내가 남편의 성공을 이끌었다 치하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내가 결혼 잘해서 남편의 성공에 함께 편승한 것에 불과하다고 나를 비하하기도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가 돈자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뒷말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 평가를 넘어서서 나는 그 시간 동안 내가 부서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제, 나는 내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아주 오래된 터널의 끝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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