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회복이라는 이름의 루틴들

<창업가의 아내, 나로 살아가는 법>

by 작가 혜진

하루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따뜻한 물을 마신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일어나기 위한 작은 의식이다. 이제는 이 물 한 잔이, 나에게 “오늘도 잘 살아보자”는 인사처럼 느껴진다. 인센트 스틱에 불을 붙이고, 고요한 시작에 집중한다.

오랜 시간 서서히 무너졌던 체력은 하루아침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필라테스를 하며 약해진 허리 근육을 천천히 회복했다. 아이스하키, 수영, 스키, 복근 운동, 헬스 같은 다양한 움직임으로 내 몸에 다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수영을 배우고, 스키를 타고, 주말엔 새벽 등산을 나서는 사람으로 나를 훈련시켰다. 남편과 함께 나가는 골프 라운딩도 이젠 내 삶의 즐거운 루틴이 되었다. 그건 단순히 운동이 아니라, “나는 지금 나를 돌보고 있다”는 확신을 쌓는 시간이었다.

식생활도 바꿨다. 이전에는 바쁜 일상에 지쳐 시켜 먹는 날이 많았지만 이제는 하루 한 가지 반찬이라도 내가 직접 만든다. 좋은 재료로, 좋은 의도로,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밥상이 얼마나 따뜻한지 지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요리를 못했지만, 자꾸 해보니 아이들이 이렇게 말한다.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제일 맛있어.” 그 말이 참 오래 기억에 남는다.


또 매일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에는 A4 한 장 글쓰기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일기처럼 쓰기도 하고, 마음에 남은 문장에 대해 에세이를 쓰기도 하며, 읽은 책의 감상을 정리할 때도 있다. 도저히 쓸 내용이 없을 때면,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나열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서든 매일 한 장이라도 쓰고 나면 스스로가 내뱉는 “나는 작가야”라는 선언이 조금은 덜 민망해진다.


집안일도 전부 혼자 해내야 했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세탁기, 건조기가 나의 동료가 되어 준다. 이 집은 내 가족이 사는 집이니까, 서툴더라도 내가 직접 손을 대는 시간이 소중하다.

인간관계는 ‘자주’보다 ‘깊이’를 택했다.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 금세 에너지가 빠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 번, 조용한 티타임을 가진다. 그게 오히려 오래도록 관계를 지켜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모든 일상을 반복하면서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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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마다 수영을 하는 사람이고,

겨울이 오면 영하 10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는 사람이고,

복근 운동을 매일 하는 사람이고,

아이들과 집밥을 먹는 사람이고,

주말이면 혼자 등산을 갈 수 있는 사람이고,

친구를 초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아이들이 알아서 스스로 자랄 수 있게 키워낸 엄마고,

남편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가정을 단단히 지켜낸 아내고,

아직 책을 출간하진 않았지만,

내 이야기를 직접 쓸 수 있는 작가다.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다시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신다. 회복이라는 이름의 루틴은 결국 나 자신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하루하루의 작고 단단한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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