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음 단어를 찾았다.
• 배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 양보: ①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
② 자기의 주장을 굽혀 남의 의견을 좇음
③ 남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희생함
배려는 양보보다 좀 더 마음 쓰는 행위이고 좀 덜 이익에 관여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보는 배려보다 좀 더 희생하는 행위이고 좀 덜 마음 주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려와 양보의 마음은 미덕이라고, 우리는 타인에게 배려와 양보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또 가르침을 받아왔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또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한 ‘배려와 양보’를 하고 뒤돌아서서 내가 바보 같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옳은 행동을 했고, 칭찬받을 행동을 했는데, 왜 스스로에게는 떳떳하지 못한 찜찜함과 멍청함이 남아 있었을까? 작은 이익을 취하고 마음을 베푼 배려였나? 작은 마음이 없이 기계적으로 행동한 양보였나?
첫 번째 떠오른 것은 나 자신을 먼저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쓰는 대상에는 나도 포함시켜야 했는데, ‘나’라는 존재는 건너뛰고 ‘상대’의 존재만 각인되어 나타난 행동이었다. 두 번째 떠오른 것은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마음을 쓰든 남에게 미루어 주든 처해진 상황을 공감하지 못한 채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감정을 발산했다.
이런 건 좋다든지 이런 건 싫다든지 이런 건 별로라든지...
이렇게 해주면 좋다든지 이렇게 해주면 싫다든지 이렇게 해주면 별로라든지...
어떤 상황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머리가 나쁘다는 핑계를 하기보다 너의 상황을 공감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상대에 대한 무수한 배려와 양보가 쌓일수록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서운한 감정이 밀려와 관계는 더 멀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를 읽어야겠다. 줄거리만 대략 기억나는 걸로 보아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과 공감하지 못했나 보다. 세월이 지나면 저절로 나이를 먹듯이 공감이라는 감정도 세월에 따라 저절로 얻어지는...
욕심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