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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쓰담, 긴장을 완화시키다

회사 이야기

by 바람 타는 여여사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지하도를 지나쳐야 할 때 내 몸은 나도 모르게 바짝 긴장한다.

누가 당기는 것처럼 두 발은 땅바닥에 들러붙어 무거워져서 빨리 걸어야 하는 마음과 아주 잠깐 동안 경쟁한다. 몸의 모든 세포와 신경은 바짝 곤두서서 밝게 보이는 어디쯤으로 집중된다. 숨을 죽이고 그 장소를 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두 눈에 한껏 힘을 주기도 해서 가끔은 민망하게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극도의 긴장 상태가 올 때 나타나는 버릇 중 하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물건 중 하나를 꽉 움켜쥐는 일이다. 배낭을 멘 경우는 배낭끈을 다잡기도 하고, 가방에 매달려 있는 달랑거리는 인형의 손을 잡기도 하고, 외투에 달린 동그란 단추를 움켜쥐기도 한다. 이때의 배낭끈이나 인형의 손, 단추와 같은 물건의 온도는 평소 느끼던 것과 사뭇 다르다. 내가 마음을 줘서 그런지, 긴장 상태여서 자동적으로 땀이 나서 그런지 은근하게 미지근한 느낌이 올라온다. 무언가를 잡고 있는 동안은 공포감이 줄어들고 심장 박동 소리가 낮아지며 마음은 안정기로 접어든다.


회사에서 발표를 앞두고 있어 불안하거나 평소에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거릴 때면 내 배에 가만히 손을 대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시계 방향으로 돌리기도 하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기도 한다. 좌우로 문지르기도 하고 상하로 문지르기도 한다. 이런 동작을 몇 번 반복하면 긴장이 풀린다. 어깨에 들어갔던 힘도 빠진다. 마음이 안정된다. 편안해진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숨 쉬어

좀 쉬어


스스로에게 주는 위안 중 하나다.

물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지.


최근에는 이 동작을 하는 데 걸림돌이 생겼다.

예전보다 푹신해졌고 몰랑해졌으며 울퉁불퉁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살이 쪘다. 배가 나왔다. 요즘 너무 편안한 시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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