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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Mar 01. 2023

수상한 책방 49.

서른 즈음에


 휴가 보내는 장소로 지정이라도 된 것인지 친구들이 연이어 책방으로 와 사랑방이 되고 있다. 남들이 휴가로 떠나는 제주에서 살고 있는 금지는 기타 하나 메고 휴가를 내 이곳으로 와 있다.


   육지로 오니 공기가 다르네


 제주가 섬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아차린다. 서해 바닷바람은 비릿하면서도 매끄러운 느낌을 건넨다. 섬사람이라 스스로를 말하는 금지는 바다 한가운데서 만나는 바닷바람은 혼돈과 평온을 동시에 준다나. 사계절을 제주에서 살아봐야 조금 눈치챈다는 얘기다.


 기타 소리로 책방은 졸지에 작은 콘서트장이 된 것처럼 떠들썩해진다. 그동안 친분을 나눈 동아리원들이 저녁 시간 놀러 와 유쾌한 날이어진다. 라이브로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한 가지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진다. 이만큼이면 언제나 충분했건만.


 금지 노래는 책방에 잘 어울린다. 통기타로 들려주는 정겨운 음악은 역시 그리움과 아직 못다 한 사랑이야기를 품게 한다. 금지는 제주에서 자유롭게 음악인생을 펼치고 있다. 제주 사람으로 정착해 무리 없이 터전을 만들어 살아가는 중이다.


   네가 제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해 왔어.

   언젠가 갈 수도 있겠지.

   그래. 내가 터 닦고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말고 와.

   어째 2년 이상은 그릴 수가 없어.

   주거라는 불확실함이 현실을 살아가는 데 집중하게 하더라고.

   그럴지도. 영구 임대는 아니니까.

   자본이 필요하지. 제주에서는 공동 출자로 구입했어.

   그렇구나. 떠나야 할 생각도 안 하겠네.

   중간에 몇 명은 떠나갔지만 다른 누군가가 메꾸더라.

   공동체 마을이 가능하다니.

   여기서도 가능하지. 마음 맞고 지향하는 가치가 같은 방향이라면.

   금지야, 얼마나 걸렸어?

   다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서울서 넣은 보증금 합치니까 가능해지더라. 부모님 도움도 있었긴 해.

  

 2박 3일 금지 휴가는 내게 미래 가능성을 다시 꿈꾸게 한다. 공동구매로 가능한 집 한 채를 사서 여러 명이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 주거. 따로 또 같이라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중에 갈등은 늘 있기 마련인데 합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소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


 페미니즘 유토피아 소설 <<허랜드>>가 기억난다. 작가가 원하는 이야기로 내게는 판타지처럼 여겨지던 소설이었다. 인류가 가진 다양성을 존중하기보다는 하나의 성(sex)에 매몰된 느낌이었다. 공동체 마을은 다양성이 전제된 주거 집단이어야 하지 않을까.


 19세기에 태어난 작가가 품은 열망이 반영된 유토피아는 관점이 다르다. 토마스 모어 작품에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시선이다. 토머스 모어조차 상상해 낼 수 없는 설정이니까. 케이트 쇼팽 작품 <<각성>>은 작가 사후 60년이 지나서야 재평가를 받았다.


 나는 페미니즘 문학에 접근하면서 휴머니즘과 페미니즘의 관계성을 나름대로 정립할 수 있었다. 절반에서 평등은 설정부터 잘못된 거였다. 휴머니즘 안에 여성은 존재조차 하지 않던 시대이니까.


 <<각성>>에서 주인공 에드나는 일부 현대 여성들 모습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태어나 성장하면서 자아실현은 각성 이후 가능한 단어다. 얼마나 나를 알아가며 살아가고 있을까. 겉으로 드러난 나를 통해 과연 나를 말할 수 있을까.


 깊은 밤 책방에 우리 둘은 다시 뜨거운 이야기로 술 마시기를 멈출 수가 없다. 취기는커녕 마실수록 정신이 선명해진다. 끌어안아 위로와 응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벅찬 마음으로 여름은 가을걷이처럼 필요충분한 계절 노릇을 한다.


 김광석 목소리보다 이 노래에는 금지가 더 잘 맞는다. <<서른 즈음에>>를 같이 부른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ᆢ


얼마 남지 않은 서른까지는 서로 잘 살아내기로  기대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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