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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Mar 05. 2023

수상한 책방 50.

마을영화제

 막바지 여름이라 해도 계절이 주는 흔적은 끈적한 바람에서 온다. 냉방기 덕분에 쾌적한 공간이 되었지만 밖으로 나가 한여름 해보려던 일들은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더위를 피하기보다는 온몸으로 느낄 기회를 저버린 셈이다. 여름휴가 기간은 책방에서 몇 년 만에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슬그머니 지나간다.


 마을 영화제가 태양이 떠나간 산 중턱 야외에서 열린다. 지역문화축제 중 하나로 시작하는 단편영화 축제가 숲 속에서 진행 중이다. 인근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파도와 해변이 만나는 소리가 영화 배경 음악처럼  어울린다. 모기장을 텐트로 삼아 자리 잡고 저녁 8시 상영 시작까지 어두워지면서 주위는 고요하다.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는 다양하다. 영화 관련 축제로 늦여름 처음 열리는 일에 사람이 모여든다. 낮에는 대체로 고령자들이 대부분이라면 늦은 저녁에는 청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어디서건 밤에 이루어지는 문화는 청년 중심이다. 도시에서는 상상해 보기 어려운 이 순간은 아마도 한적하고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헤아릴 수 있는 만큼 적은 숫자에 사람 때문이다. 스무 개 남짓 모기장 텐트에 두세 명이 앉아 영화 감상을 한다.  


 서연 씨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덕분에 주은 씨와 나는 시야가 확 트인 가장 좋은 장소에 모기장 텐트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단편 영화이다 보니 상영 시간이 짧아 다음 영화로 이어지기까지 모기장 텐트 안은 먹고 마시는 일로 분주하다. 영화 한 편이 끝나면 GV시간이 더 길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영화인들이 많다는 새로운 사실에 놀란다. 젊은 날 미쳐야 영화를 한다는 감독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단편영화 세 편을 감상하고 감독과 이야기도 나누고 영화 주제 음악까지 라이브로 들으면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영화 축제 타이틀이 잘 어울린다. 차가운 맥주 때문인지 몽롱하게 번지는 기운에 흐느적거리는데 낯선 청년이 텐트 앞으로 와 인사를 건넨다.   


   책방에서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눈다는 말을 듣고 가볼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먼저 만나네요.

   서연 씨가 말하던 친구군요?

   네. 정확하게는 1년 후배죠.

   

 군 제대를 하고 복학 전에 하고 싶었던 단편영화 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법학전공자가 영화제작에 관심을 둔 드문 경우다. 전공과 상관없이 살아가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안 어울리는 조합이기는 하다.


   오늘밤 어땠어요?

   말이 필요 없어요. 너무 훌륭해요.

   그렇다면 성공적인 거죠?

   영화감상만으로 끝나지 않고 감독을 불러내 제작 과정이야기를 들으니 더 매력적이네요.

   얘기로 듣고 있으면 책방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많아 보여요.

   우리끼리만 재미있는 곳이죠.

   이번에 하고 있는 촬영만 끝나면 책방으로 놀러 갈게요. 괜찮은 거죠?

   그럼요. 오고 싶다면 언제든지.


 그는 선한 눈매에 둥글둥글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다. 신기하게도 그가  웃으면 주변이 웃는 얼굴로 가득하게 보인다. 아무도 없건만.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흐뭇해진 밤이다. 주은 씨의 꼬마 자동차가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지만 덕분에 멋진 밤을 보냈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영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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