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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Mar 22. 2023

수상한 책방 60.

그런 느낌

 덩그마니 놓여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홀로 있는 내가 몹시 안쓰러워지는 느낌. 창 밖 풍경은 여느 때와 같이 펼쳐져 있는데 나는 거기 없다.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무작정 거리로 나간다. 오늘은 그런 밤이다.


 적막하다. 그래도 반가운 길냥이가 말을 걸어 작은 위로를 받는다. 텅 빈 거리에 아무도 없다. 누군가 있기를 기대한 마음도 없다. 그저 홀로 걷고 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질 것만 같다고 해 둔다. 그래야 조금 이 마음이 잠잠해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뚜렷하게 표현할 수 없이 마구 덜컹거린다.


 이 세계에서는 어차피 혼자 걸어가는 일이 그나마 나를 보존하는 방법이다. 다행스럽게 곁에 동반자가 있다면 그것대로 괜찮기도 하지만 오늘만큼은 혼자여야 하는 밤이기는 하다. 옆사람에게 실없이 떠들면서 신세한탄으로 갈 게 뻔하니까. 누군가를 떠올려 보지만 그는 너무 멀리 있다.


 문득 발을 멈추고 하늘을 본다. 맑은 날이었던가 다. 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늘과 별과 눈을 맞춘다. 이름도 모르고 이름도 없을 별들이 가득하다. 그런 거였다. 기이하게 나를 바라보던 그 시선들이 잔상으로 남아있는 것은 왜일까.


 불현듯 찾아오는 낯선 이 세계. 그 가운데 나. 두어 시간 길을 걷다가 되돌아 집으로 다. 진정한 자유가 사라진 시대. 자유로운 것 같았는데 나를 옭아 맨 보이지 않는 그물망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고정된 모습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내가 겁도 없는 용감무쌍한 인물로 희화되는 그런 느낌이다.


 관계에서 파생되는 소음들이 현재에 나를 흔들어 놓는다. 지역민들에게서 보이는 배타성은 어느 장소를 가던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책방을 중심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가진 따스함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동안 여기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소수였던 거다.


 하반기에 이루어진다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계 맺기 모임인데 혼자 남겨진 내가 시선 둘 곳을 찾는다. 또래청년들은 없다. 청년들과 굳이 구분하는 지역경제 사업도 불편하다. 와서는 안 될 곳을 기웃거리는 기분이다. 여자 혼자 어떻게 멀리까지 오게 되었냐는 물음부터 내 신상 파악에만 골몰한다.


 여자로서 수행해야 하는 마땅한 것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꺼내 든다. 나는 그들에게 소리 없는 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불쾌한 감정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저들끼리 마음대로 추측하고 말하고 시시덕거린다. 다시는 기웃거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무장한다.


 세대 간 분리 정책이 마을 공동체 미래에 도움이 될까 하는 애꿎은 의구심만 갖고 온다. 제도에서부터 선을 그어 버린다는 생각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역 문화와 뿌리내려 있는 정서를 알아가야 졸지에 이방인이 되어 버린 내게도 뿌리내림이 가능할지 모른다.


 이재인. 도대체 여기에서 책방 말고 뭐가 하고 싶은 거니? 그냥 이대로 괜찮은 거 아니었어? 갑자기 몰아치는 여름밤 소나기를 만난 것처럼 푹 젖어버린다. 다시 털어내고 나를 기운 나게 할 무언가를 찾는다. 음악 소리를 높이고 미적지근한 맥주를 따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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