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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Mar 20. 2023

수상한 책방 58.

숲으로

 첫사랑에 관한 감정은 내가 바로 잡아야 하는 마음이었다. 내 의지이건 아니건 스스로를 가둔 채 멀쩡한 척해왔지만 아니었다. 나는 결코 멀쩡하지 않았다.


 나무에게서 삶을 배우게 된다. 여름이 떠나가고 가을을 맞으려는 숲은 생명이 건네는 소리로 가득하다. 낙엽은 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 태어날 준비를 위한 떠남이다.


 휴양림에서 하루는 자유, 그것 자체이다. 빽하게 들어찬 고목 사이로 파란 하늘이 눈을 맞춘다. 고개를 젖히면 그 하늘빛에 눈이 시리다.


 자전거로 30여분 달려오면 휴양림이다. 이름만큼이나 힐링 공간이 조성되어서 느슨하게 숲바람에 취한다. 책방을 벗어나 이곳에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오늘은 정윤이 부탁으로 왔지만 이곳에 그가 정착지를 만든다면 나쁠 게 없다. 이곳에서 농촌 생활을 시작해 보겠다는 그를 위해서도 숲을 가까이 두면서 얻을 휴식 같아 멋질 것 같다.


 숙소이쪽으로 하려 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선택지이지만 그에게도 숨 쉴 시간이 필요한 때인가 보다. 앞으로 할 일에 너무 애쓰지 않기를 바라는 것조차 그에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이십 대 절반을 바쳐서 애써 나아간 사회가 쉽게 돌아가는 시절이다. 쌓이는 감정은 분노보다는 좌절감 같다는 정윤이 말이 쓸쓸하다. 외로움이란 느낌까지도 지금은 사치 같기만 하다.


 서울에서 탈출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제 정윤은 광장 대신 숲을 선택한다며 가을맞이 준비를 서두르는 중이다. 이번 추석 명절은 이른 감이 있는데 지역에서 맞는 명절은 어떨지.


 잠시라도 서울 탈출 이유를 만드는데 가장 그럴싸한 것 중 하나가 명절이다.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서울토박이는 구경꾼처럼 평소와 다른 명절음식이 전부다. 보름달이 뜨면 뭐든 달라지려나.


 책방에서 하루는 큰 변화 없이 흐른다. 책방을 지키고 있지 않아도 될 만큼이다. 나는 나대로 움직이며 이곳을 탐구하고 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마을로 움직이는데 아무래도 운전면허를 따야 하지 않나 싶다.


 대중교통이 너무 불편해서 하루가 버스에서 다 지나가는 것 같다.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곳은 그야말로 동네 한 바퀴가 최선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려면 자동차 운전은 기본이 되고 보니 쓴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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