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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Nov 23. 2023

필요 충분 가치, 페미니즘

『황금 노트북 』도리스 레싱

나는 여성이기 전에 한 인간이다.  

   

 이 명제를 일상에서 떠들어야 한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나'로 충분했던 시간이 부족했다면 이 책은 젠더 문제로 접근 가능하다. 나는 굳이 페미니즘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나는 페미니즘 역시 다양한 사상의 한 개념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안에는 이미 페미니즘에서 수없이 거론되고 있는 넘치는 말들로 쌓인 나름의 의식은 있다. 이제 정리를 해보려는 시간대에서야 아, 그게 페미니즘 영향이었던 거군, 할 뿐이다.      


 주변에서 여성주의자라는 말도 들은 것 같고... 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은 스스로 페미니즘 필요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적합할 것 같다. 그 논란 선상에서 내 생각은 너무 뻔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느낌이 들기에 굳이 페미니즘을 말할 아무런 욕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간 읽어왔던 책들을 통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지금도(2016년) 물음표를 던지는 중이다. 2015년부터인가 젠더 문제가 사회적으로 더 부각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만 시대의 빠름에서 전달되는 효과이던가 아니면 내 눈이 그들을 좇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내 눈에 띄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은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해 다양한 접근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을 나누는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글들, 내 눈으로 읽고 느껴야만 했던 책들을 한편에 모아 놓고 읽어가면서 갈 길이 멀구나 싶었다. 사실은 보이지도 않는다. 우선 주변인들과 다른 시선의 내 생각에 근거를 찾기 위해 나는 여러 방법들을 선택하기로 했다. 페미니즘은 생각하지도 못한 채 감상한 영화들과 여성의 역사, 궁금해서 찾아 나선 공동체 방문까지.     


남성과 여성의 실질적 평등이런 사회 구조에서 한 마디로 '불가능'이다.    

 

 페미니즘을 접하는 오해와 몰이해, 편견까지 다양한 방법들을 천천히 정리하려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열었다. 나를 페미니스트라 말하지 않는 내가 잘 풀어나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여전히 탐구할 미완의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이쯤에서 하나씩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 민주주의만큼이나 페미니즘도 자명성을 얻지 못한 것은 현재로선 확실하니까. 여전히 더 나은 세상의 필요충분한 가치이니까.    

 

 '여성 해방 문학의 고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도리스 레싱의 이 작품은 무의식적으로 답습하거나 잘못 이해되고 있는 '페미니즘'을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게 한다. 작가가 언급했듯 이 작품의 수식어 또한 이 사회가 규정하는 틀 안에 가두고 싶은 출판계의 욕망이 스며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집필 목적은 상관없이 진행되는 출판사나 비평가, 거기에 독자까지 합세하여 만든 수식어는 버리고 읽었으면 한다.     


[작가 서문]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자유로운 여자들」은 본 소설의 골격 혹은 틀이라 할 수 있는 전통적인 단편 소설로, 약 육만 단어로 되어 있으며, 따로 떼내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섯 부분으로 나뉘고 단계별로 네 개의 노트 -검정, 빨강, 노랑, 그리고 파랑 노트-로 구분 지어졌다.
노트에서 사람들은 내내 토론하고, 이론화하고, 단정하고, 낙인찍고, 분류하였다...
그들은 서로를 반영하고, 서로의 일부분이었으며, 서로의 사고와 행동을 낳았다...
문제는 우리 모두가 너무 익숙해져서 이런 체제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더 이상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생략.          
 「자유로운 여자들」의 여성 작가 안나 울프의 서술로 네 개의 노트를 묘사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경제적 여유를 누리며 혼자 사는 안나와 이류 배우로 생활하는 그녀의 오랜 친구 몰리, 두 여성의 삶이 채운 시간이 황금 노트북을 만들었다. 여성관도 결혼관도 다른 한국의 정서에서 이 책이 건네는 표지는 다수의 여성이 접하지 않는 버지니아 울프와 시몬느 보봐르를 가리킨다. 그들이 살아야 했던 그 시간에 인간으로 살았던 자유의지다.     



 『황금 노트북 』에는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의 여정들이 담겨있다. 그 노트들을 찾아 열어보는 것도 그대의 선택이다. 페미니즘은 해시태그를 붙여 굳이 페미니스트라 자처하지 않아도 될 사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존재감이 있다는 것은 이 사회가 씌워놓은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감각이기도 하다.   

   

 남성 중심으로 진행된 한국 여성 만들기의 오래된 어머니 교과서는 단 한 번도 개편 없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소수 여성만이 그 교과서 밖으로 나와 사회와 마주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접근해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해 본다. 내가 받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어머니 교과서를 다시 재독 해 보기. 지금 나는 과연 누구와 마주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일. 다름 아닌 거울 속에 '여성'은 아닐지. 단 한 번의 거대한 투쟁 없이 지나온 한국 여성의 역사를 공부해 보기.    

 

 내게 부여된 젠더로 나의 삶을 구분하거나 규정하는 일은 순전히 개인의 몫이어야 한다. 타인들이 지칭할 문제가 아니기에 인간이면 충분할 자의식이 필요한 일이었다. 여전히 이 세계는 성 역할의 사회학습 효과를 톡톡히 요구하고 있으니까. 씩씩한 남자 만들기만큼이나 현모양처 만들기에 힘을 쏟았던 한국 사회의 시간을 느껴보는 일. 주체로 살아가기에 걸림돌은 무엇일까. 나도 계속 탐구 진행 중이다.     


[덧붙이는 글]

굳이 연재 브런치북을 열어 2016년 써놓았던 글을 다시 묶어보는 일은 그 시절에서 한 걸음 내딛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2023년 가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스스로에 만족하고 있다. 


페미니즘을 탐구하는 공부는 내 삶을 더욱 단단하게 이끌고 있는 정신의 바탕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혼란스러운 정체성에 몸살을 앓고 있는 사회 전 분야에 몸담고 있는 개인들이 통찰력을 모아야 할 간절한 시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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