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2021년도 6월의 어느 날. ‘까톡까톡~’ 모르는 이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쌤 안녕하세요” 쌤이라고 부르는 것 보니 나의 제자인 것 같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에 “누구니?”라고 묻고는 ‘잘못 온 카톡이겠지’ 라며 학교 업무일을 본다.
“JH이요 샘.” 4년만에 듣는 이름이다. 1년차 때 쉬는 시간마다 질문한다고 매일 교무실로 찾아오던 학생이다.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매일 나를 찾던 JH는 졸업하더니 연락 한번 없었다. 졸업생들의 연락들 중에 JH 연락이 없어 항상 궁금했지만 이상하게도 ‘언젠간 오겠지’란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은 오늘 증명되었다.
4년 동안 쌓여 있던 서로의 안부를 묻다가 자연스레 2017년도의 우리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땐 열정이 좋았죠” 잊혀가던 내 모습을 기억하고 말해주는 JH덕분에 파노라마처럼 나의 첫해 학교생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나의 신규교사 생활은 어땠었지? 29살의 늦깎이 신규 교사였던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특성화고 학생들을 첫 학교, 첫 교직생활에서 만나게 되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은 모두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에 매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내가 오게 된 특성화고등학교는 대학이 목표가 아닌 취업이 목표인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다. 대학 진학이 목표였던 나와는 다른 길에 있는 학생들을 첫 학교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모든 일들이 새로움으로 가득 찼던 2017년이었다.
우리학교 학생들과 일상을 보낸 지 5년째다. 첫 학교 첫 발령지가 내가 경험하지 못한 특성화고라 그런지 내가 살아온 짧은 인생 경험으로는 우리학교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참 어려웠다. 공부가 1순위가 아닌 우리 학교 학생들은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나보다 더 빨리 사회를 알고 인생을 아는 듯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라는 말처럼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짧았던 모든 학교생활들은 나를 성장시켜준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왜 이렇게 힘이든지. 나중에는 더 단단해져 있을 내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하루도 두 손 불끈 지고 힘내어 출근한다.
지갑 속에 늘 내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며 4년된 명함 사진을 보내주는 JH. “그 동안 연락 없었던 것 보니 사고는 안 쳤구나. 잘 살았네~”라고 말했지만 나에게 언제든지 연락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 같았다. 나를 잊지 않고 항상 연락하려고 했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졌다.
JH의 연락이 4년 동안 없어도 언젠간 연락이 올 거란 확신이 바로 이 지갑 속 명함 때문이었을까? JH가 4년동안 간직해온 내 명함처럼 나와 만났던 제자들과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싶어 졌다.
나의 글들이 한 때는 함께 성장하고 서로의 인생 길에 등장했던 그 순간들을 추억하게 해주고, 언젠간 서로가 연락을 닿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해본다. JH의 지갑 속 내 명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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