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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19. 2020

물안애 사뿐길을 따라

거창 수내마을 산책길

보라색 아스타 국화가 정상에 가득 피었다는 

거창 검악산을 향해가는 길, 

빼재를 넘어가다가 그림같은 마을이 한눈에 딱 들어왔다.


도로 옆의 담을 따라 그려진 벽화가

지나는 길손의 눈길을 더욱 잡아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차를 돌려 어렵게 진입로를 찾아들어간 곳에는

이름도 어여쁜 '물안애 사뿐길'이 있었다.


숨겨져 있는 천혜의 경관을 품고 있는 거창 수내마을.

마을 곁의 냇물이 마을을 안고 있는 듯하여 '물안실'이라고도 하며 옛날에는 '수다리'(水多里)라 하였다.

수내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서 힐링하며

지역민과 방문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제공하고자 '물안애(愛) 사뿐' 산책길을 조성하고 마을을 재정비했단다.


벚나무 가로수와 사과나무 과수원을 끼고

아슬아슬한 경사로를 내려가면 개울이 나오고,

길 끝에 다다르면 오른쪽엔 계은제,

개울 건너 비탈길을 좀 오르면 영모정이 나온다.


계은재는 문이 닫혀있어 영모정으로 오르는 길,

굵직굵직한 소나무들이 쭉쭉 뻗어 하늘을 가리고,

개울물 소리가 돌돌돌 퍼진다.

평소같으면 조용한 산책길일 텐데 영모정 앞에 산소를 두신 마을주민들이 산소주변의 잡목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시느라 전기톱소리가 요란하다.


지나가며 인사를 드리니 한 어르신이 환하게 웃으시며 어디서 왔냐고 물으신다. 대전에서 왔다고 하니, 어르신도 대전에서 35년을 살다 고향으로 내려왔다시며 더욱 반가워하셨다.


그렇게 마을주민과 인사를 나눈 뒤,

영모정과 주변 산길을 따라 물안애 사뿐길을 걸었다.

서서히 알록달록 물들기 시작한 단풍나무, 보라 꽃향유, 하얀 참취꽃이 파란 하늘 아래 하늘하늘 고갯짓을 하며 길 곳곳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수내마을은 사과와 산양삼이 특산품으로

물안애 사뿐길 주변에 사과밭이 즐비했다.

매대는 보이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판매는 아직 안 해서 아쉬웠다.


4월말 5월초 사과꽃 필 때

조용한 산골에서 개울물을 따라 걸으며

사과꽃향기에 취해보고픈 '물안애 사뿐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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