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주말여행을 통해 풀어줘야 다음 주에도 살아갈 에너지를 충전하는 남편 덕분에 전국 이곳저곳 참 많이도 다닌다.
그런데 이렇게 여행을다니게 된 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한 3~4년 됐나?
처음엔 나가기 싫은 걸 남편 등쌀에 떠밀려 다니기 시작한 여행이, 이젠 여행기를 써서 인플루언서에 도전하는 용기를 내볼 만큼 블로그에 올려진 여행기만 400개에 육박할 정도이다.(정확하게는 10월 15일 기준 396개)
평균 매주 두 편씩 여행기를 올리는 셈치고 계산해보니 3.8년이 나온다. 대충 짐작한 본격 주말여행의 삶이 3~4년 된 게 수치상으로 딱 맞다. 그니까 이 말을 거꾸로 뒤집어보면, 4년 전만 해도 우리 부부가 이렇게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는 여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 어릴 땐 체험삼아 이곳저곳 다니긴 했으나 매주 가는 건 아니었다.
지금은 남편이 주말 새벽부터 서둘러서 어디 가자고 난리지만, 아이들 어릴 때만 해도 내가 어디 가보자고 삼고초려를 해야 겨우 엉덩이를 들썩이는 사람이었다. 애들 데리고 집에서 저너머로 뻔히 보이는 계족산 황톳길 한 번 가자고 남편한테 그렇게 이야길 해도 방구석 짊어지고 꼼짝도 안 하던 사람이었다. 결국 계족산을 처음 가게 된 게 큰 아이가 5살 되던 해였다.
금요일 퇴근 뒤부터 컴앞에서 밤샘하고, 낮엔 방바닥을 벗삼아 하루종일 뒹굴뒹굴 잠만 자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사람이 여행모드로 바뀌고부터는 주말엔 나보다 더 부지런을 떤다. 심지어 평소 7시 반에 맞춰둔 기상알람을 6시에 맞춰두고 잔다. 때론 4시나 5시에 깨서 나가자고 채근할 때가 많다.(난 이미 그 시간에 깨어있는 상태라 말만 하면 바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함. 어머님이랑 애들 아침은?)
그래서 어제도 일찌감치 어딜 가보자고 길을 나섰다. 처음 목적지는 함안 악양생태공원에 핑크뮬리를 보러 가는 것이었으나, 주유하느라 최저가 주유소 찾아서 주유하면서 보니 길거리에 차가 너무도 많았다. 함안까지 그 먼 거리를(고속도로 달려도 2시간 반 이상 걸림) 언제 가나 싶어진 남편.
"사람들 다 뛰쳐나왔나 봐. 도로가 벌써부터 막히네. 함안 너무 멀다. 다른 데 없어? 좀더 가까운 데."
"그럼 임실 가자. 거기 국화축제 지난 주에 끝나서 사람도 그닥 많지 않을 거고, 지금이 국화 보기 딱 좋은 때잖아. 임실치즈테마파크 국화 찍어올린 사진 보니 정말 이쁘더라."
그리하여 임실로 목적지 급변경!
그러나 경상도 가는 길이나 전라도 가는 길이나 도로에 차가 많은 건 똑같고, 아침 9시에도 군데군데 정체구간이 있을 정도로 정말 대한민국 사람들 다 밖으로 뛰쳐나온 듯.
한창 구경 다니기 좋은 행락철이고, 오랜만에 비 안 오는 청명한 날이라 너도나도 여행길에 나섰다. 게다가 코로나로 취소됐던 축제들이 전국각지에서 팡파레를 올리며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으니, 집에 있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단 무조건 밖으로 나가고 보는 게 사람심리.
중간중간 길이 막혀 차가 설 때마다
심심해진 남편이 운전대에서 한 손을 떼어내 자꾸 내 가슴을 호시탐탐 노린다.
"아유~ 운전이나 신경쓰세요~~"
그러면서 핀잔을 주면,
"어차피 길도 막혔는데,
내 보물이나 만져야지~"
하면서 아주 희희낙락이다.
아니, 이 양반이?
그럼 내가 가만 있을 마눌이 아니지~
"이번 기회에 차속에서 역사를 한 번 써봐?"
한술 더 떠서 호탕하게
이런 멘트를 날렸더니,
그런다.
"푸하하하~ 우리가 곡성이냐?"
(이게 뭥미?
영화 '곡성'에서 부부가 시골 마을길에 댄 차속에서 으쌰으쌰를 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우리 부부는 그걸 보면서, "오~ 저런 차속에서도 되는구나~" 하면서 감탄했더라능~ )
뭐 서로가 간절하면, 차속이 문제야?
키큰 풀밭에서도 하고, 공용화장실에서도 하고,
심지어 어둑시근한 도심의 골목이나 학교 운동장 등나무 이파리 무성한 그늘 아래에서도 하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