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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중년일기 06화

말이 짧다?

어, 응의 고찰

by 말그미

우리집에서 쓰는 차들은 모두 이름이 있다.

남편이 출퇴근용으로 쓰는 차는 재돌이,

가족모두여행용으로 쓰는 차는 캡돌이.


재돌이가 덩치도 더 작고, 연료비도 적게 들어서(우리 부부는 꿈의 연비라고 부른다. 1리터로 보통 20km를 넘게 가니까) 2명 이하로 어딘가 멀리 갈 때는 당연히 재돌이를 이용한다.


오늘 집에서 오송역에 갈 일이 있어 남편차를 빌려써야겠다고 그저께 언질을 줬더니, 어제 퇴근길 주차장에서 전화를 했다. 아마, 출퇴근용 차에 부착해야 할 회사주차증을 옮겨달아야 해서 그런 듯.


"마눌, 내일 차 쓰는 거 맞지?"


"어."


"오송역 간다고?"


"응."


"말이 짧다?"


"어~~~~~~~~~~~~

음~~~~~~~~~~~~,

그럼 뭐라고 하지?"


"하하하, 짧다고 하니까 그렇게 늘리냐? 됐다, 끝!"


마눌이 남편에게 뭐라뭐라 물어 볼 때면

대답이 짧았던 이유가 그제야 이해가 됐다.


어, 응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더라니깐~

재미난 건 이 두 단어에 대해 찾아보니

공통점이 두 가지 나왔다.

하나는 둘 다 감탄사이고,

궁중악기 가운데 같은 이름을 가진 게 있다는 사실.

더 재미난 것도 있는데 아래 보실라우?^^



& 어


1.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초조하거나, 다급할 때 나오는 소리.


"어! 폰이 물에 빠졌네."


2. 기쁘거나, 슬프거나, 뉘우치거나, 칭찬할 때 내는 소리.


"어, 진짜 대단해~."


3. 말을 하기에 앞서 상대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내는 소리.


"어, 저기다!"


* 유의어 = 아

* 헷갈림 주의

궁중에서 쓰던 타악기의 하나도 어(敔)라는 게 있다. 엎드린 범의 모양으로, 등에 27개의 톱니가 있어 견(籈)으로 긁어서 소리를 낸다. 음악을 그치게 할 때에 쓰던 것으로, 견의 끝으로 범 목덜미를 세 번 친 다음 톱니를 세 차례 긁어 신호한다.


* 놀라운 사실

어씨 성도 있다는 거 아세요?

물고기 魚를 쓰는 어씨는 우리나라 성씨 가운데 하나로 본관은 함종, 충주, 경흥이 현존한다네요. 생각해보니 강화도에서 벌어진 병인양요/신미양요 때 격전지에서 활약한 장군 이름이 '어재연'이었네요. 어재연 장군의 수자기가 유명하지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도 등장했던.



& 응

1. 아랫사람이나 대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묻는 말에 대답하거나 부름에 응할 때 쓰는 말.


응, 맞아.


2. 상대편의 대답을 재촉하거나 다짐을 둘 때 쓰는 말.


약속했다, 응?


3. 남의 행동이 못마땅하여 질책할 때 하는 말.


너희들에게는 내가 봉이지, 응?


* 유의어 = 그래 / o (줄여서 초성만 쓰는 게 MZ세대어)


* 헷갈림 주의

예전에, 아악에서 쓰던 네모난 긴 통처럼 생긴 악기로 '응'이라는 게 있었다네요. 손에 쥐고 축과 같이 퇴로 밑바닥을 내리쳐서 축의 소리에 맞추는데, 지금은 전하지 않는다고 해요. 아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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