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그미 Oct 13. 2022

어흥~ 잡아먹어버리겠다

이 부부 심상치 않군

밤샘하며 컴 앞에서 취미 활동하는 올빼미족 남편과 아무리 늦게 자도 새벽에는 기어코 일어나고야 마는 한 미모(미모美貌가 아니라~ 미라클모닝)하는 마눌은 한 지붕 아래 한 이불 덮고 20년 넘게 살아도 좀체 그 습관은 서로를 닮아가지 않는다.


아, 딱 하나 있다!

주말에는 남편이 어디 놀러 가려고 새벽 일찍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서 도로와 여행지가 사람들로 붐비기 전에 가려고 그러기도 하고, 밖에서 자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아무리 멀리 가도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해서 일찍 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눌이 오랜 습관을 거스르고, 남편 따라 올빼미족 따라 했다가 피본 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첫째 다래를 예정일보다 3주나 일찍 낳은 일이다.


왜 그런고 하니,

다음날이 휴일이라고 남편 옆에 붙어서 같이 컴 하느라 밤새우다가 새벽에 갑자기 아래가 뜨뜻미지근해서 보니까 양수가 파열된 거였다. 조기양수파열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몰랐던 우리는 늘 걸어서 다니던 집 근처 산부인과까지 룰루랄라~ 하며 걸어가서 입원하고 유도분만으로 애를 낳았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아찔한 사건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29살, 30살이었던 젊은 부부가 뭘 모르니 용감했다. 암튼 다래가 조기양수파열로 일찍 세상에 나온 건 평소에 하지 않던 날밤 새기를 막달의 임산부가 남편 따라서 하다가 생겨난 일이었다.( 뭐~ 글타고 남편 탓은 아니고요~ )


암튼간에 부부가 이렇게 생활주기가 안 맞다 보니, 내가 일어나서 한창 활동할 시기에 남편은 꿈나라에서 노닐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처럼 새벽녘이 차가운 때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아침 준비를 하다가 한기를 느끼면  쪼르르 안방으로 달려가 따스한 남편 품속으로 들어가 온기를 채우곤 한다.


자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꼼지락꼼지락 비집고 들어오면 곤한 잠을 깨워서 싫을 법도 한데, 희한하게도  남편은 마눌이 옆구리를 파고들면 싫은 소리 하나 없이 잠결에도 한쪽 팔을 내밀어 팔베개를 해준다. 그럼 난 거기다 다리 한 짝까지 턱~하니 남편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반포옹 자세로 누워있는다.


"히야~ 남편 몸이 핫팩이네, 따땃~하당~"

하면서 따스한 온기를 나누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할 때는

음흉한 미소를 날리며 말한다.


"어흥~ 내가 잡아먹어버리겠따!!!"




그러면서 남편을 덮치면

남편이 부시시 일어나며 말한다.


"나... 쉬 마려~"


"에이~, 얼른 싸고 와."


"알써, 잠깐만."


그러구 나서 호다닥 일을 보고

희희낙락 반색을 하며 나온다.


"얼른 잡아먹어줘~~~"


그렇게 해서 새벽에도

역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더라나 뭐라나~^^




이전 04화 내 남편은 한때 영구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