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다_손 꼭 잡기

촉각

by yErA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함께 보폭을 맞추며 걷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으로 걷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내 마음도 저절로 따듯해진다.


눈에 꿀이 떨어지는 풋풋한 연인이던, 개구쟁이 꼬꼬마와 엄마이던, 서로 눈을 마주치며 까르르 넘어가는 여자 친구 사이이건, 말없이 걸어도 충만한 사랑이 느껴지는 노부부이건, 연로한 부모님을 살포시 잡은 자식이건, 손을 꼭 잡고 걷는 것만큼 물리적, 감정적 공유가 완벽하게 이뤄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나는 아빠와 엄마에게 늘 내 손을 꼭 잡으라고 졸랐다. 아빠와 엄마는 내 손을 성의 없이 잡았는지 조금만 같이 걸어도 부모님과 내 손 사이에는 어김없이 헐거운 공간이 생겼고, 그때마다 나는 다시 손을 꼭 잡아달라고 보챘다. 마치 손바닥에서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충전이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 만약 실제로 부모님과 마주 닿은 손바닥이 사랑의 전달 통로라면 나는 늘 100% 충전 상태였으리라.


내겐 4살 차이가 나는 언니가 있다. 나는 언니를 정말 좋아한다. 성격 측면에서 나와 완전 반대 성향을 가진 활발하고 유쾌하고 똑똑한 언니를 한편으로는 부러워하면서도 그런 언니가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웠다. 어린 시절 나는 언니 손을 잡은 채 언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졸졸 따라다녔다. 어린 동생이 귀찮을 법했을 테지만 언니는 언제나 내 손을 꼭 잡고 어디든 데리고 다녔다. 언니와 함께 찍은 예전 사진에서 언니는 늘 활짝 웃은 채로 나의 손을 꼭 잡고 있다. 그 곁에서 나는 더 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아직도 언니 손을 잡은 채 졸졸 따라다니는 게 좋다.


늘 아빠를 잡았던 나의 손이 한 남자에게로 옮겨갔다. 그러면서 나의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다. 그 남자의 손은 한없이 따듯하다. 그의 마음처럼. 그리고 그 따듯함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내 인생의 동반자로서 변함없이 손을 내주고, 함께 걸어가는데 숨이 차지도, 지겹지도 않도록 늘 걸음의 보폭을 맞춰주고 있다. 억지를 부려도, 쓸데없는 고집을 부려도 늘 사랑으로 이해하고, 기다려준다. 그리고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서는 억지도, 고집도 부리지 않는다.


아빠의 손을 떠나 한 남자의 손을 잡은 그때의 따듯함은 그대로다. 아니다. 더욱 따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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