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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LEE Apr 12. 2024

사람이 싫어서 배우는 인간관계론 (7. 꼰대와 기대)



점심시간 이후로 컴퓨터에 앉아 머리를 쥐어짜며 온갖 고뇌를 씹어먹는 후배가 보인다.


안절부절하는 그친구를 도와줘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나에게 선뜻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서 해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괜히 참견하면서 이러쿵 저러쿵하면 '꼰대'소리를 들을까봐 의기소침한 부분도 간과하지 않겠다.


인간의 행동에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하는말은 무조건 충고라 생각하고, 맞다는 전제하에 주사기 바늘로 수액을 집어넣듯이 억지로 머리속에 집어넣으려 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때 그리 친하지 않았지만 매사에 불평을 입에달고 살던 선배가 하나 있었다.

기분이 안좋은 날은 나를 불러놓고 처음 듣는말을 했다.


'다른사람들이 너보고 뭐라하는줄 알아?

'널 위해서 하는말이야 기분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내가 해봤는데 그렇게 하는건 안됐다. 하지마'


무심코 들었을때는 날 위해 충고하며 앞으로 이끌어 주는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자꾸만 신경이 찌릿찌릿한게 볼트가 하나빠진 로봇처럼 자꾸 머리속이 삐걱거렸다.

어느날 해마의 번역기를 돌려서 들어보니 엉뚱한 답이 나왔다.


'다른사람들이 너보고 뭐라하는 줄 알아?

번역 : 다른사람이 아니라 내가 널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야


'널 위해서 하는말이야 기분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

번역 : 걍 내가 열받아서 얘기하는거다 기분나빠라


'내가 해봤는데 그렇게 하는건 안됐다. 하지마'

번역 : 너가 성공하면 내가 멍청하게 되니까 그냥 시도하지마


그때는 어리숙해서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살아온 그 선배가 불쌍하게 보였다.

1년도 채 되지않아 선배는 회사를 그만두고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잊혀져 갔다.




두사람 사이에 발생한 논쟁과 충고는 그사람이 살아온 방식이므로 서로의 경험적 충돌이다.

가치관과 생활방식에 따라서 이해하는 폭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은 어려운일이다.


강제적인 주입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시에는 알아듣는다 해도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안드로메다로 사라져 버린다.

입장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기대치를 높일수록 실망하는 영역은 크게 다가온다.


심리학에서 나의 생각과 입장을 다른사람에게 적용시키는 것을 '투사'라고 부른다.

정신분석의 대가인 프로이트는 투사가 '자신의 희망을 다른 사람에게서 추구하는 심리'라고 얘기했다.


충고가 항상 나쁜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설정해주기도 하고, 배움을 얻어 나의 활로를 더 넓게 확장할 수 있다.

다만 지적과 자신의 기분나쁨을 빙자한 충고는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충고와 비난을 구분해내는 방법이 있다.

그 말을 듣고나서 옳은 방향으로 내가 가도록 도움을 받았다고 나 스스로 기쁘게 반응하면 충고이다.

충고를 빙자한 비난은 듣자마자 아리송하게 기분이 나쁘고 집에가서 씻을때 또한번 기분나쁘면 비난이다.


함부로 다른사람에게 충고를 빙자한 비난을 하지마라.

당신의 경험적 축적이 항상 옳다는 가정하에 말하는 얘기는 다른사람에게 꼰대적 상처로 돌아갈수 있다.


비난받은 상처는 금세 아물지만 흉터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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