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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LEE Apr 05. 2024

사람이 싫어서 배우는 인간관계론
(6. 장기자랑)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일이 있으면 남에게 인정받고 싶고 뽐내고 싶어한다.


은둔의 고수처럼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능력으로 남을 지원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은연중에 살포시 알려지길 바라는 고수도 많다.


어릴 적 덤블링을 잘했던 나는 친척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멋지게 덤블링을 하면 다들 신기해하면서 멋있다고 칭찬을 해주고 가끔씩 용돈도 두둑이 챙길 수 있었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이며, 그로 인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재능기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는 유독 부동산고수, 주식고수들이 많다.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내세워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거나 가르치는 사람도 있지만 진정으로 남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싶어서 몸서리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이익보다는 자신을 알리고 나의 본질적인 가치를 올리는데 이바지한다.

사람들은 성심성의껏 다른 사람을 도와주며 자신을 알리는 사람들에게 열광하며 도움을 받았다면 작은 후원도 서슴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장기자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만약 어떤 일을 수행할 때 티나지 않게 혼자 문제가 되는 일을 완벽히 처리해서 평탄하게 일을 끝마쳤다고 하자.


주위에서는 그 일을 알수 없지만 혼자 뿌듯함을 느끼고, 회사에 불편함을 주지 않았기에 나는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주위에서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이 그 일을 어떻게 처리했고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없다.


평가 시즌이 오면 윗사람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안한 사람으로 당신을 기억한다.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당신에게 일을 안한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독일 엔지니어와 미팅을 한 후에 회사 내의 기계를 고치는 작업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한달동안 야근을 하고, 수척해진 상태로 완벽하게 일을 끝냈지만 돌아오는 건 좀 더 빨리 끝내지 못했냐는 핀잔이었다.


그때의 나는 '장기자랑'을 하지 않았다.

구름에 달 흘러가듯 유유히 일을 처리하는게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망망대해를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새끼 거북이처럼 주위의 상어떼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쪽 팔이 물리고 깨지고, 도망치고 나서야 자신의 등껍질을 키워 헤엄칠 수 있었다.


이후에 큰 프로젝트가 발생했을 시에는 대대적인 장기자랑에 들어갔다.


장바구니에 한번이라도 담아두면 지속적으로 뜨는 광고처럼 조금이라도 프로젝트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해당내용의 시작과 중간과정 그리고 끝을 창대하게 포장해서 공유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크게 휘저으며 관객들에게 부끄러움을 무릅쓰며 나를 알렸다.


이후에 돌아오는건 엄청난 박수갈채와 포상 그리고 내면의 단단함이었다.

장기자랑 시작후 나를 모르던 사람들에게도 그 일에 관해서라면 '전문가'라는 칭호와 함께 내 말 한마디의 중요성이 커져갔다.






'장기자랑'시에는 형용할수없는 무조건적인 부끄러움이 따라온다.

심할 경우에는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돼?'라는 존재적 회의감까지 들 수도 있다.


'배움과 성장에는 늘 부끄러움이 존재한다'

'부끄러움의 진절머리를 이겨내면 다른 누군가에게 감탄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아무도 모르는 작은 일이라도 알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풍성하게 자존감이 올라가며, 설레는 평가는 덤으로 받게 될 것이다.


스마트한 척하며 허둥대던 아기 거북이는 나 하나로 족하다.


단단한 등껍질을 가지고, 바닷속 투명한 에메랄드 빛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매력적인 당신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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