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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싫어서 배우는 인간관계론 21.(공감과 동정)

지나친 공감은 득인가 독인가?

by 젠틀LEE


공감과 동정, 이 두 단어는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면서 같이 느끼는 F의 세계이며, 동정은 좀 떨어져서 안타까워하며 위로하는 F-의 마음이다.


공감을 하는 것은 남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중요하지만 너무 과하면 남의 감정이 내 안에 들어와 밀가루처럼 뒤죽박죽으로 나를 만들고 망가지기 쉽다.




회사동료인 민재는 항상 회사 내에서 우등생의 반열에 드는 멋들어진 친구였다.

상사와의 관계도 좋고, 언제나 먼저 솔선수범하고 빠르게 진급하는 등 항상 모범적인 녀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가 자신이 잘못한 일을 민재에게 뒤집어 씌우고 민재를 갈구기 시작했다.

민재는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 했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시달리면서 우울증이 생기고 점점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민재를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어울려 다니며 그와 술을 마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동정은 공감의 영역을 벗어나 점점 민재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잠 못 자고 짜증이 늘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스스로 되뇌고 물어도 점점 지쳐가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공감은 남이 처음산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그 길을 함께 뚜벅뚜벅 걸어보는 것이다.


친구가 힘들어할 때 "나도 그 기분 알아, 진짜 힘들지?"라며 감정을 그 상태로 온전히 공유하는 것이다.

반면 동정은 그 신발을 멀리서 보고 "와, 저러다 발 아프겠네"라며 내적으로 크게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공감은 몰입감이 강하지만, 너무 오래 신발을 신고 있으면 내 발이 다 까질 수도 있다.


물론 간단하게 공유하고 떨쳐버리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공감에 너무 들어가게 되면 내 발에 피멍이 들 수도 있다.

동정은 거리를 두니까 좀 더 안전하지만, 진짜 이해는 얕을 수가 있다.


타인의 감정은 알아차릴수 없게 깊고 빠르게 흘러가는 강물 같다.


공감은 나도 그 강물에 뛰어들어서 같이 떠내려가는 것이다.

같이 떠내려가면서 부딪히고, 느끼면서 온전한 이해로 인해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면 빠르고 강한 물살에 휩쓸려 익사할 수도 있다.

동정은 강둑에서 손 내밀며 "괜찮아, 내가 도울게"라고 말하는 것이다.

거리를 두고 도와주는 손길을 내밀며 객관적인 상황을 잘 판단해서 그 상황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공감은 뇌에서 발생하는 거울 뉴런 작용 때문에 때문에 강력하다.

이 뉴런작용은 상대방의 감정을 따라 하게 만든다.

근데 이게 과도하면 '감정 전염'이 일어나고 친구의 '감정 독감'을 자신도 덩달아 앓게 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지나친 공감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까?


먼저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공감할 때 '방수복'을 입고 어느 정도 남의 감정을 느끼되 내 감정과 섞이지 않도록 경계를 지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사례와 같이 친구가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할 때 "그거 진짜 화나겠다"라고 이해하고 어느 정도 공감을 발휘해도 되지만 지나치게 들어가 자신이 그 화를 안고 다니면 안 된다.


또한 공감 후에 동정으로 전환하면 균형이 잡힐 수 있다.


"맞아 진짜 힘들겠다. 내가 네가 아니라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내가 옆에서 응원하고 도울게"처럼 간단하게 동정으로 전환한다.


남의 감정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어느 정도의 공감은 다른 사람을 온전히 알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만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그의 마음을 잠시 내 것처럼 느껴도 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가 항상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는 항상 어럽지만 그 안에 품을 수 있는 따뜻함으로 우리는 한걸음 더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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