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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싫어서 배우는 인간관계론 22.(도경완서브사태)

도경완 서브발언

by 젠틀LEE


며칠 전 신문기사에 크게 실린 내용이 있었다.


바로 KBS아나운서 김진웅이 한 말에 대해 트로트가수인 장윤정이 SNS에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고, 이 대화가 뉴스에 떠들썩하게 실렸기 때문이다.


앞서 논란의 발언은 KBS에서 방송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김진웅이 결혼정보회사를 찾아 대화하던 중 나왔다.


결혼에 관련된 대화를 하던 중 여자아나운서가 '도경완이 결혼을 제일 잘했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장윤정이 돈을 잘 벌고 도경완은 그런 와이프와 잘 살고 있다는 취지로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KBS아나운서인 김진웅은 이렇게 말했다.

"난 도경완 선배처럼 못 산다. 선배한테 결례인 말일 수 있지만 누군가의 서브로는 못 산다"라고 털어놨다.


'도경완이 왜 서브냐?'는 여자 아나운서의 질문에 "선배한테 죄송하고 결례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을 거 같다. 그런 내조를 할 수 없다"라고 했다.

도경완을 아내인 트로트 가수 장윤정의 ‘서브’로 표현한 것이다.


방송 후 온라인에선 김진웅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비난이 나왔고, 장윤정도 인스타그램에 관련 기사를 캡처해 올린 뒤 “상대가 웃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은 농담이나 장난으로 포장될 수 없다.

가족 사이에 서브는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도경완 역시 “저희 부부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저희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단단하게 의지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글을 썼다.


사태는 현재까지 여론이 갈리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누군가에게 얘기를 할 때 주의 깊게 말해야 하는 단어들이 있다.


1. 내가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2. 죄송하고 결례일 수 있지만 얘기드릴게요

3. 왜? 내가 틀린 말했어?


첫 번째로

"내가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라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지적을 하고 싶을 때 자신을 순화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내가 이 이야기를 왜 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게 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포장된 이야기라 해도 결국 불편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이기적인 그림자를 드리워서 내면에 상처의 씨앗을 크게 심는다.


예를 들어 친구의 외모를 지적하며 "내가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네 머리 스타일 엄청 촌스러워 좀만 바꾸면 더 예뻐질 텐데 아쉽네"라고 하면 그 친구는 칭찬이 아닌 비판의 무게를 느끼고 자존심에 금이 가는 아픔을 겪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직장 동료에게 "내가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너 일하는 게 별로라 팀이 피해를 본다고 누가 그러더라"라고 하면 도움의 손길이 아닌 압박의 그늘로 그 말이 느껴져 관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처럼 이 말은 선의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듣는 이의 영혼에 쓰라린 폭풍을 불러온다.

또한 이 말은 그 사람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을 합리화하기 위한 물결일 뿐이다.




두 번째로

"죄송하고 결례일 수 있지만 얘기드릴게요"라는 말은 이미 그 말 안에 스스로가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얘기가 안 좋고 결례되는 말이라는 것을.


그러나 굳이 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자신보다 아래로 보거나 이 말을 해서 그 사람을 고치고 싶거나 지적을 통해서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고치려는 의도가 아니라 통제의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모임에서 누군가의 습관을 지적하며 "죄송하고 결례일 수 있지만, 당신의 말투가 좀 거칠고 잘 안 들려요. 고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면, 듣는 이는 모욕감을 느끼고 대화의 문이 닫히게 된다.


벽이 크게 생겨 더 이상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가족 모임에서 "죄송하고 결례일 수 있지만 형님의 교육 방식이 너무 권위적이고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라고 하면 자신이 아이에게 하는 행위가 안 좋다는 인식이 바로 들고 선의가 아닌 우월감의 메아리로 들려 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말은 미안함의 꽃잎으로 위장하지만 뿌리에는 권위와 지배의 가시가 숨어 있어 가슴을 아프게 찌른다.




세 번째로

"왜? 내가 틀린 말했어?" 이 말은 어찌 보면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말이라 주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무조건 다 말해야 되는 것은 아니며 그 말을 함으로써 그 사람과 무조건 적인 싸움을 원하는 것이다. 무례를 가장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밖에 안된다.


사실이라도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고 상처가 되는 말을 우리가 하지 않는 이유는 그 말이 그 사람과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고, 내면을 휘저어 피멍을 들게 하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논쟁 중에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네가 게으르고 안 씻어서 냄새나는 건 사실이잖아"라고 하면 대화는 전쟁터로 변하고 상대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난다.

특히 이 말은 모두가 있는 곳에서 하게 될 경우 그 파급력은 더 크게 다가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서로의 내면을 불태우게 된다.


말은 세상의 꽃이 될 수도, 가시가 될 수도 있다.

이 사건처럼 한 마디가 가슴에 스며들어 물결을 일으키듯 우리는 말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서로의 영혼을 어루만져 부드러운 바람이 되기 위해 조심스레 단어를 골라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당신의 대화는 더 아름다운 노래가 되어 매력적인 날개를 달아 어디에서든 떠다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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