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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계 마을 2

2-2

by jeromeNa

엘리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뺨이 살짝 붉어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눈만 내다봤다.


"손을요?"

"마나 상태를 확인하려고요."

"마나를 만져서 확인한다고요?"


엘리나는 의아해했지만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에 그을린 자국과 작은 굳은살들이 보였다. 연습을 많이 한 흔적이었다.


유성이 그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손바닥이 약간 거칠었다. 마법 연습으로 생긴 마찰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패널이 뜨지 않았다.


'아, 명령어.'


"status."


조용히 중얼거렸다. 엘리나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은 소리였다. 그의 눈앞에만 패널이 떴다. 엘리나에게는 유성이 자신의 손을 잡고 허공을 응시하는 것처럼 보였다.


[External Mana Detected] - 외부 마나 감지
[Current Mana: 8.3/20] - 현재 마나: 8.3/20
[Stability: 23%] - 안정성: 23%


숫자들이 반투명한 글자로 떠올랐다.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마나가 8.3이네요. 최대치는 20이고요."

"뭐라고요?"


엘리나가 깜짝 놀랐다. 눈이 더 커졌다. 입이 작게 벌어졌다.


"숫자로 보인다고요?"

"네. 그런데 마법 구조를 보려면..."


유성이 잠시 생각했다. 패널을 응시했다. 시전 중에 봐야 할 것 같았다.


"시전하실 때 제 손을 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시전하면서요?"


엘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황색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흔들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을 비볐다.


"음... 해볼게요!"


유성의 손을 꼭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리고 외쳤다.


"파이..."


순간, 유성의 눈앞에 새 알림이 떴다. 붉은빛을 띤 글자였다.


[Spell Casting Detected] - 마법 시전 감지
[Enter "log" to view execution log] - 로그 패널을 열려면 "log" 입력


"log."


조용히 중얼거렸다. 엘리나의 마법 구조가 코드로 변환되어 나타났다. 검은 글자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엘리나에게는 유성이 허공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function 파이라() {
if (mana >= 10) {
create_orb(
size: random(0.5, 1.5),
temp: random(800, 1500)
);
throw(
speed: random(2, 5),
direction: approximate_forward
);
mana -= random(8, 12);
}
}


코드가 눈앞에 펼쳐졌다. 랜덤 함수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보여요."


유성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코드의 각 줄을 훑었다.


"뭐가 보인다는 거예요?"


엘리나가 물었다. 유성이 자신의 손을 잡고 허공을 보며 혼잣말하는 게 이상했다. 신기하기도 했다.


"마법 구조요. 문제를 알 것 같아요."

"문제가 뭔데요?"


엘리나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섞였다.


"모든 값이 일정하지 않아요."


유성의 자유로운 손가락이 공중에 보이지 않는 도형을 그렸다. 선을 긋고, 점을 찍고, 화살표를 그렸다.


"크기도, 온도도, 속도도. 심지어 마나 소모량까지도요."

"일정하지 않다고요?"

"매번 다른 값이 나온다는 거죠."


손짓으로 크기를 표현했다. 주먹만 하게 쥐었다가 펼쳤다.


"한 번은 크고, 한 번은 작고. 한 번은 빠르고, 한 번은 느리고."

"어..."


엘리나가 생각에 잠겼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첫 번째는 위로 튀었고, 두 번째는 아래로 처졌고..."

"세 번째는 크기가 들쭉날쭉했죠?"

"맞아요!"


엘리나가 깨달은 듯 손바닥을 쳤다. 짝. 맑은 소리가 났다.


"근데 저는 그게 제 실력이 부족해서인 줄 알았어요. 선생님도 '마나의 흐름을 느껴라'고만 하시지, 왜 매번 다른지는 설명 안 해주셨거든요."

"그건 마법 구조 자체가 랜덤으로 설정되어 있어서예요."

"랜... 덤?"


처음 듣는 단어인 듯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사위를 던지는 것처럼 매번 다른 값이 나온다는 뜻이에요."

"주사위요?"


엘리나의 눈이 커졌다. 갈색 눈동자가 놀람으로 가득 찼다. 다시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가죽 조끼가 찰랑거렸다.


"그럼 제 마법이 주사위 운에 달려있다는 거예요?"

"비슷해요. 그래서 한 번은 너무 세고, 한 번은 너무 약하고..."

"아! 그래서 계속 빗나갔구나!"


엘리나가 환하게 웃었다. 이해가 된다는 표정이었다.


"운이 나쁠 때는 아예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고... 그게 다 주사위 때문이었어요? 그럼 어떻게 고쳐야 해요?"

"이제 수정해볼게요."


유성이 엘리나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계속 전해졌다.


"계속 잡고 있어야 해요."

"네!"


엘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반짝거렸다.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edit."


편집 모드가 활성화됐다. 유성의 눈앞에만 보이는 패널이 변했다. 코드 위에 커서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유성은 코드를 하나씩 수정하기 시작했다.


function 파이라_최적화() {
if (mana >= 5) {
create_orb(
size: 0.7,
temp: 900,
compression: 1.5
);
throw(
speed: 4,
direction: forward,
stabilize: true
);
mana -= 5;
}
}
// 실행 키워드: "파이라"


랜덤 값들을 하나씩 고정값으로 바꿨다.

random(0.5, 1.5)를 0.7로. random(800, 1500)을 900으로. 마나 소모량을 random(8, 12)에서 5로 줄였다. 압축률을 1.5로 높여 같은 위력을 유지했다.


"어?"


엘리나가 몸을 움찔했다. 잡고 있던 손에서 미세한 진동 같은 게 느껴진 듯했다.


"뭔가 간질간질해요!"


손바닥이 살짝 따끔거렸다. 마법 구조가 재배치되는 느낌이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유성이 마지막 줄까지 수정을 완료했다. stabilize: true를 추가했다. 안정화 플래그였다.

수정이 완료되자, 엘리나의 손에서 희미한 온기가 느껴졌다. 따뜻한 빛이 손바닥에서 순간적으로 번졌다가 사라졌다. 유성의 눈에만 보였다.


"완료됐어요."


유성이 손을 놓았다. 손바닥에 남은 온기가 천천히 식었다.


"이제 그냥 '파이라'라고 외치시면 돼요."

"똑같이요?"


엘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뭔가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영창은 안 바꿔도 되나요?"

"네. 파이라는 초급 마법이니까 이름만 외치면 되잖아요."


유성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대신 내부 구조가 최적화된 거예요."

"우와..."


엘리나가 자세를 잡았다.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양손을 비볐다. 손바닥이 서로 스치는 소리.


"좋아, 간다! 파이라!"


순간,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일이 일어났다.

안정적인 크기의 불덩이가 생성됐다.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 깨끗한 주황빛이었다. 공기가 일렁이는 것도 일정했다.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흔들림이 없었다. 정확히 표적 중앙에 명중했다. 퍽. 나무 표적에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우와!"


엘리나가 환호하며 뛰어올랐다.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주황색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춤췄다. 가죽 조끼의 버클들이 찰랑찰랑 울렸다.


"진짜다! 맞췄어요! 그리고 마나도... 평소의 절반밖에 안 들었어요!"


두 손으로 박수를 쳤다. 짝짝짝. 맑은 소리가 빈터에 울렸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예요?"


유성의 입꼬리가 1밀리미터 올라갔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미소였다.


"압축률을 높이고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줄였어요. 같은 위력인데 효율은 두 배죠."

"대박!"


엘리나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엔 더 자신감 있는 동작이었다.


"한 번 더 해볼게요! 파이라!"


또 한 번 완벽한 궤적으로 날아갔다. 표적에 정확히 명중했다.


퍽. 같은 위치에 또 다른 그을린 자국이 겹쳐졌다.


"헉, 헉, 이거 진짜 신기해요!"


엘리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야, 엘리나가 표적을 맞췄어?"

"파이라 같은데... 뭔가 다르지 않아?"

"저 낯선 사람은 누구야?"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울타리 너머로, 집 앞에서, 길 저편에서. 엘리나의 환호성과 연속으로 표적을 맞춘 소리에 이끌려온 것이었다.


열 명쯤 되는 사람들이 빈터 주변에 섰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성의 눈썹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갑자기 주목받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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