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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an 15. 2020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이유

나는 모르는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고 기도한다. 고작 아는 거라고는 얼굴이나 옷 입는 스타일밖에 모르는 온라인 세상의 사람들이 하는 사랑을 응원하는 이유는 왜일까. 생각해봤다.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들의 사랑이 계속해서 따뜻하다면 이 세상 어딘가에 정말 사랑이 있다는 믿음 같은 게 생길 것 같다는 이유였다. 마음이 아프고 손 끝이 저리는 슬픔이 담긴 사랑이나, 하면 할수록 나를 담담하게 만드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슬프지만 그보다 더 따뜻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 수 있지만 결국엔 서로를 이해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신뢰하게 되는 그런 마음으로 가득 찬 사랑말이다.

내가 응원하는 온라인상의 커플에게 이별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은 마치 나와 가까운 이의 이별을 본 것처럼 아니 그보다도 더 안타까운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겠더라. 아무래도 온라인은 좋은 것들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들의 사랑이 무너짐은 내가 품고 있던 세상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같이 깎여져내려 간다. 그래서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사랑을 늘 응원한다. 나약한 믿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


사실 사랑이란 게 뭔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마다 사랑을 다르게 정의한다. 가슴이 뛰는 설렘정도로 '사랑한다'라고 하는 말은 그냥 그 순간은 그 순간만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슴이 뛰는 설렘만으로 그것이 '사랑'이라고 할 순 없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겪은 바로는 그랬다. 늘 언제나 옆에서 지켜줄 수 있고, 너무 잘 알아서 더 존중하고 배려하게 되는 그런 시간들이 찾아온다면 그때가 바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여주인공이 그런 말을 한다. "난 상대에 대해 완전히 알게 될 때 정말 사랑에 빠질 것 같거든. 머리를 어떻게 빗는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 건지. 그게 진정한 사랑이야."  설레는 사랑을 부럽게 올려다봤던 지난 4년 전에 비해 나도 꽤나 많은 것을 느끼고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해 정의하는 게 다를 테지만, 나는 그녀의 의견에 동감한다. 나를 다 아는 상대가 내 곁에서 나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스스로 존중받고 있구나. 이 사람이 나를 참 배려해주는구나 할 때. 그때가 바로 상대의 사랑을 느끼고, 나도 사랑을 줄 수 있는 준비가 된 때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들이 계속해서 행복한 모습으로 사랑을 이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아 이 세상 어딘가에 정말 사랑이 있구나. 싶은 믿음을 갖게 되니까. 그러면 나도 아, 진짜 사랑을 할 수 있겠구나 싶으니까. 그리고 그들의 사랑으로 벅차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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