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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Dec 01. 2016

나의 엄마도 한때 누군가의 딸이었다.

엄마가 힘든 순간에 엄마의 엄마가 나의 엄마의 꿈속에 찾아와 주길.

나의 엄마도 한때 누군가의 딸이었다. 얼마 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엄마 아빠 그리고 내 소중한 사람들. 언젠간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진 몰라도.

늘 투정을 부리고, 직장에서 혹은 환경으로부터 받은 짜증과 분노들을 그저 편안하다는 이유로 툴툴대며 엄마에게 뱉었다. ‘아-알았다고’ 혹은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왜 자꾸 그래’ 같은 방식으로.

아니다. 틀렸다. 가장 가까운 누군가를 가장 편하게 느끼는 건 당연한 순리 일지 모르나. 가장 가깝고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를 가장 소중하고 안타깝게 대해야만 한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석을 어루만지듯.


나의 엄마는 4녀 2남 6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나셨다. 항상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아서 외할머니에게 투정을 부렸다고 한다. 다니고 싶던 피아노 학원, 배우고 싶던 미술, 갖고 싶던 빨간 구두 머리띠. 언제나 갖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투성이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너무나도 빨리 세상을 떠나신 외할머니.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외할머니가 살아있었다면 우리 딸을 참 예뻐했을 텐데’ 하신다. 엄마야말로 엄마의 엄마가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으실 텐데도 당신 자식이 받지 못한 예쁨에 대해 아쉬워하신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게 너무 속상했다. 아, 엄마가 된다는 건 당신의 엄마보다도 자식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거구나 싶어서.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엄마의 엄마를 떠올릴 엄마를 생각하면 엄마가 된다는 건 보통의 위대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내가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울 때마다, 엄마가 내 머리를 쓸어주시면서 해주신 이야기가 있다. ‘엄마가 외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있으면 이렇게 엄마 머리를 쓸어주면서 귀를 만져주셨는데, 내 새끼는 귀도 이쁘다-하시면서’ 그래서인지, 엄마 무릎을 베고 누울 때마다 한번 뵌 적도 없는 외할머니가 내 머리를 쓸어주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단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외할머니의 사랑이, 엄마를 통해 느껴진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엄마가 없는 세상이 상상되지 않는 것 말이다. 요즘처럼 엄마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없다. 엄마와 함께 하는 순간순간 일분일초가 보석처럼 소중하다. 아- 요즘은 내가 나이가 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특히나 엄마가 여자로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엄마’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한 명의 여자로서 엄마가 이해되는 순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왜 아빠는 엄마에게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들도 들어 괜스레 아빠가 미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엄마의 엄마 생각도 꽤 자주 한다. 내가 엄마에게 그러듯, 나의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 바라는 것들에 대한 투정도, 터무니없는 불만들도 있었을 그런 딸이었을 생각을. 내가 종종 엄마에게 느끼는 답답함을 우리 엄마도 엄마의 엄마에게 느꼈을 테다. 내가 엄마에게 바라는 것들을 엄마의 엄마에게도 느꼈을 테다. 아 나의 엄마. 나의 외할머니의 딸이었을 나의 엄마. 요즘은 또 나의 엄마가 엄마의 엄마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고 그 무릎에 눕고 싶을지 생각한다. 다정스레 머리칼을 쓸어주는 외할머니의 손을, 그 따뜻함을 얼마나 그리워할까. 거칠고 순탄하지만은 않은 삶의 순간들이 엄마가 외할머니를 떠올리고 그리워할 시간들조차 앗아가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 종종 엄마의 엄마가 엄마의 꿈속에서 따뜻하게 머리칼을 쓸어주며 귀를 만져주길 바라는 바람.


엄마, 나의 엄마. 사랑하는 나의 엄마. 이름만 불러도 눈물 나는 그 이름 엄마. 한때는 외할머니의 소중한 막내딸이었을 나의 엄마. 나의 엄마는 너무나 소중하다. 너무나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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