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롯하게 Mar 10. 2017

누군가 선물을 챙겨주고 싶은 상대가 떠오른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니까.

선물을 챙겨주고 싶은 상대가 생긴다는 건 멋진 일이다.


그래서 문득. 누군가 선물을 챙겨주고 싶은 상대가 떠오른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우주는 본래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다른 누군가가 추천해진 맛집에 가서도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맛집이 아니다. 평점이 높은 영화를 봐도 지루함에 하품이나 하고 나왔다면 그만이다. 이토록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한 선물을 사는 것보다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사는 것이 보다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문득. 누군가 선물을 챙겨주고 싶은 상대가 떠오른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이다.

사실 난 주는 것에 대한 행복을 잘 알지 못했다. 무언가를 받기에 바빴다. 없던 것을 선물 받으면 상대가 나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담았을 마음보다도 그저 무언가가 새롭게 생겼다는 사실에 온 정신을 팔아버렸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언제나 말씀하셨다. ‘양보도 할 줄 알아야지.’하며. 그럼 난 이렇게 생각했다. ‘양보 그게 뭔데’


주는 행복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밖에 몰랐다기보단 무언가를 주면서 느껴지는 행복을 알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수록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소중해졌다. 새로 만난 사람들이 소중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빛을 낸다. 그러면 문득 그들에게 줄 것들이 생각난다.(이건 순전히 나의 스타일이다) 처음 주는 기쁨을 느낀 건 아마 내가 나의 두리의 간식을 손수 만들어주면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내 주변에는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이들이 많은데, 두리를 위해 만든 간식을 주변 반려견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졌다. 내선 물을 받는 것보다도 나의 반려견 두리가 선물을 받는 것이 나에게 배의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기에, 다른 보호자들도 그렇게 느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또 한 번 날을 잡고 두리의 간식을 만들려 생육을 주문하려면 비싼 배송비에, 재료를 한 번에 많이 시켜야 한다.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아 최대한 빠르게 먹어야 하는데 많은 양을 두리 혼자 감당하기 힘드니 겸사겸사 나눠주는 이유도 있다. 물론 행복과 곁들여. 막상 간식을 나눠주려니 이왕이면 예쁘게 포장까지 하고 싶어 져서 다이소에 들르기를 여러 번이었다. 맞다. 꽤나 행복했다.



물론 매미는 나다. 든든한 고목나무는 그 친군데 딱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친구라 말할 수 있는 친구가 하나 있다. 얼마나 중요하냐면, ‘이 친구를 알게 되어 이번 생은 다행이다’싶을 정도이다. 뭐랄까. 나의 메신저나 전화에 답을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또다시 연락을 할 수 있다.  웃음이 나온다. 아무튼 그런 친구가 하나 있는데 이게 또 얼마나 연락을 자주 하냐면 그 친구가 회사에서 피씨 카톡을 할 때 그의 채팅방 맨 윗자리가 항상 나인 게 궁금한 그의 옆자리 동기가 '도대체 누구길래 항상 채팅 목록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냐' 물어볼 정도다. 거기다 그 친구는 남자 친구도 있다. 괜히 내가 이긴 느낌이다. 뭐 말하자면 이 정도다.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이 친구를 만나는 날은 언제나 설렌다. 아,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 수다가 끊겨도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웃긴 일을 하나 말하자면 이 친구의 두 번째 직업은  나의 포토그래퍼인데 만나면 언제나 내가 부탁하는 대로 내 사진을 찍어주고 가끔은 찍다가 둘 다 웃음이 터진다. 뭐하는 짓인가 싶은 생각일 거다 아마. 아참. 또 브런치를 알려준 게 바로 이 친구다. 고맙다. 유일하게 계산 없이 생각하고 계산 없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요즘 내가 백수라 빚을 많이 지는 느낌인데 늘 고맙다. 여행에 가서도 늘 이 친구에게 사다 줄 것들이 먼저 생각난다. 지금 막 생각이 났는데, 우리의 모습을 보자면 약간 고목나무의 매미 같은 느낌인데 물론 매미는 나다. 든든한 고목나무는 그 친군데 딱이다. 나는 쉴 새 없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기 바쁜데 그 친구는 언제나 그 자리다. 부르면 온다. 가면 늘 있다.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없어도 부끄럽지 않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나 거지야. 혹은 나 개 짜증 나 라고, 체면을 걱정하지 않고 남김없이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주는 기쁨을 알게 해 준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다. 이것저것 고마운 것들을 적기에 바빠지니 전부 나열 형태로 적어버렸다. 이해해주길 바란다. 고목나무 너 거기 있지?



선물해줄 무언가를 생각하는 그때의 생각과 마음이 멋진 것이다.

뭔가를 주는 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주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상대를 몇 명이나 더 만나게 될지 궁금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아도, 뭔가를 주고 싶은 누군가가 생긴 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니까. 주는 것들의 가격과 크기와 효율성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상대를 생각하며 선물해줄 무언가를 생각하는 그때의 생각과 마음이 멋진 것이다. 그게 진짜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도 머릿속에 막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갑자기 무언가 선물해주고 싶은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그건 너무나도 멋진 일이다. 선물을 챙겨주고 싶은 상대가 있다는 건 언제나 멋진 일이니까.  


이전 10화 간절함과 비례하는 무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