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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Nov 26. 2017

간절함과 비례하는 무언가.

그 사랑이 너무나도 간절해지는 순간이 오면 너무나도 서글프게, 마음 깊은 곳이 얼얼해지면서 그렇게 슬퍼지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순간이 언젠가는 끝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늘 한 발 빼고 있기.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늘 한 발을 뺀 채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으면 그 후에 감당해야 하는 나의 짐들이 조금은 덜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상황이 닥칠 때에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모든 것들은 변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변하는 방향은 다를 수 있다.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되는 상황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늘 부정적인 변화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나를 간절하게 원하는 누군가의 마음이 언제 변할지, 혹은 누군가를 열망하는 나의 마음이 어떻게 식을 것인지. 늘 부정적인 결말에 대비하여 간절한 지금 이 순간의 마음에 발 하나를 빼고 있는 것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온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아름답다. 느껴지는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힘든 순간 좋은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일 또한 그 어느 순간보다도 아름답다. 그러나 그에 따라오는 헤어짐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헤어짐이 다가오는 시간과 방법들은 다를지언정.

이러한 이유들로 지금 곁에 있는 누군가가 너무나도 간절해지고 사랑스러워지는 그 순간이 오면, 가슴속 아주 깊은 속이 머-엉 해지는 것이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그 행복감과 함께.


누군가는 나의 이러한 생각들을 읽고, 곁에 있는 행복을 느끼기에 바쁜 그 순간에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냐며 혀를 찰지 모른다. 그러나 쉽사리 이러한 생각들은 지울 수가 없다. 마음이 더 깊어지고 애틋해질수록 비례하게 그 상대가 없는 시간들을 상상하게 되면서 닥치지 않은 그 비어있는 시간들을 공허하게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안겨져 있는 당장의 행복을 뒤로한 채 오지 않은 공허한 공간에 발을 담고 있기에는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회피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저 내 품 안에 안겨있는 행복을 더 꼭 안아주는 것이 지금 닥쳐온 이 추위를 더 따뜻하게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추운 요즘, 나는 더 따뜻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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