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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Oct 10. 2020

따뜻한 햇살에 행복하게 녹는 눈사람이고 싶다.

삶은 원래 그런 거라고.

삶은 왜 이리도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한 일들의 연속인지. 왜 이리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건지.
2020년 새해를 맞이해 속초 바다에 갔을 때를 생각한다. 분명 그때 다짐했다. 2019년보다 행복하겠다고. 더 많은 사랑들을 주고받겠다고. 꽤 힘든 해를 보냈다고. 그런데 2020년은 지난 2019년보다도 더 악랄하고 불가피한 일들의 연속으로 가득 찼다. 아직까지는. 2020년은 아직. 무려 3달이나 남았다.


그런데 이렇게 불안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생겨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계획한 대로 살아진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누군가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삶이라 사는 것이 더 기대되고 아름답다고도 하지만 글쎄 이렇게 불안한 일들의 연속이라면 결코 아름답다고 말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 내가 쓴 글들 속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내일이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라는 이야기. 그런데 이렇게 불안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생겨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 쓰는 이 글은 비열하고 비겁할 수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2020년에 일어난 이 모든 일들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를 비겁한 사람으로 만들었을지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이토록 힘들어하는 이유는 내가 감정에 휩쓸리는 나약함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 직장, 의지할 곳이 나밖에 없다는 위태로움, 누군가에게 받은 지독한 상처들, 과연 그 상처가 아물까 싶은 아득함 이런 것들이 나를 삶으로부터 밀어낸다. 언젠가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언제나 그곳에 서있는 갈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폭풍우에도 꺾이지 않는 단단한 고목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속에 늘 품고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흔들리는 불완전함이 더 큰가 싶다. 그렇다고 나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늘 담담하기만 하다면 언제나 평화로울 수 있다면 그 지루함으로 투덜거릴 것을 안다. 그럼에도 ‘이번 해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말 힘들었다’ 싶었던 2019년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일들과 훨씬 더 큰 감정들에 휘둘린 올해를 생각하면 삶은 정말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한 일들의 연속이다 싶다.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우리들 삶이라고. 마음속에 흔들리지 않는 부목을 세워놔도 흔들리고 쓰러지고 부러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들 삶 아니냐고 차가운 허공에 따져 묻고 싶다.



삶은 원래 그런 거라고.


아마 올해가 가기 전 혹은 내년이 나에게 왔을 때 나는 작년처럼 다짐할 것이다. ‘이번 해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정말 많이 흔들렸으니 다가오는 2021년은 부디 더 많은 사랑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그리고 다가올 2021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모르지만 그때도 여전히 불완전할 나에게 말하고 싶다. 삶은 원래 불완전하고 위태롭다고. 그러니 안심하라고. 재작년도 작년도 나는 위태롭고 불완전했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들을 잘 지나 보내고 이렇게 새 해를 맞이하지 않냐고. 그러니 또 그렇게 늘 그랬듯 잘 해낼 거라고. 힘들면 힘든 대로, 지치면 지친 대로 그냥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삶은 원래 그런 거라고. 단단한 고목나무도 좋지만 따뜻한 햇살에 행복하게 녹는 눈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떻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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