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결국 둥지를 떠나기 마련이다
어미새는 처음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들 때에 가시가 가득한 나뭇가지들을 모아 온다. 그리고는 그 가시들로부터 아기새들이 다치지 않도록 낙엽과 풀잎들로 안전하게 둥지를 만드는데, 알에서 새끼들이 부화하고 새들이 둥지를 날아가야 할 때가 오면 둥지를 안전하고 푹신하게 만들었던 낙엽과 풀잎들을 치워 둥지 안에서 안주하지 않고 날갯짓을 익히도록 둥지를 변화시킨다. 새는 결국 둥지를 떠나게 된다.
이 세상에 결코 의지하거나 기댈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늘 나보다 클 줄 알았던 부모님이 작아 보이고 마음을 나누던 연인이 떠나고 언제나 내 편일 줄 알던 형제가, 늘 곁에 있는 친구도 그 만의 삶에 치여 바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완전하게 의지할 곳 없이 혼자라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절벽 끝에 거센 비바람을 맞으며 가녀린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고 홀로 서있는 기분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는 서서히 혼자가 되는 느낌을 받는데, 과거의 나는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과거 나의 기록들을 하나씩 들춰보는데 나는 그때도 여전히 발버둥 치며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 모두 처음 사는 인생이라, 작년의 나는 작년을 처음 사는 것이었고 재작년의 나는 재작년을 처음 사는 거니까. 올해의 나도 지금 이 순간을 처음 사는 거니까. 사는 매 순간순간 버티며, 발버둥 치며,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내가 살던 세상이 적지 않게 달라지긴 했다. 나도 안다. 독립을 했고, 이직을 했고, 배신을 당했고, 이별을 연달아했고,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깔깔대며 웃던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한다. 연봉은 오르질 않는데 세상 물정 모르게 세상 물정은 계속 치솟는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 답답하고 그래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이 세상에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옥죄어온다. 짙은 어둠에 텁텁한 안개가 깔려온다. 그런데도. 텁텁한 안개가 가득한 어둠 속에서 내가 손을 뻗으면 잡아줄 이 하나가 없다는 게. 이게 새가 둥지를 떠나는 과정인 걸까 아니면 결과인 걸까. 우리도 나도 처음 사는 인생이라지만 내가 떠나려는 이 둥지의 가시가 아직은 뾰족하기만 하다. 이제 정말 날아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