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하늘 끝자락,
은은한 별 하나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찾아올 순간.

by 오롯하게

어둡고 먼 곳에서 발견한 빛이 가까이에 있는 별보다 덜 빛날지는 모르나, 보다 오래. 그리고 은은하게 빛난다.


나는 안다. 산다는 것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아주 잘 포장된 평탄한 길을 걷다가도 한 순간에 하수구 구멍으로 발이 쑥 빠져버리기도 하고, 쨍쨍한 날씨에 차려입고 나간 원피스는 갑작스럽게 내리는 여우비에 홀딱 젖어버리기도 한다. 길가에 피어난 예쁜 꽃은 가까이서 보면 흉측한 벌레들이 잔뜩 꼬여있는 경우도 있고, 심한 갈증에 벌컥벌컥 들이킨 물은 알고 보면 원효대사의 해골물처럼 썩을 대로 썩어버린 물일 수도 있다.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웃으며 대면해야 하고, 보고 싶은 사람은 멀리 떨어져 볼 수 없기도 하며 좋은 사람인 줄 알고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었주었던이는 a부터 z까지 사기꾼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물음표를 띄고 있는 수많은 이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느낌표를 발견하는 것은 놀랍게도 경이롭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 순간들을 마주치는 순간은 생각보다도 훨씬 적은 확률로 나타나기에, 우리들은 그 순간을 놓칠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을 나는 사랑이라 부른다.


한 번 사는 삶 속에서 좋은 사랑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어찌 보면 드문 이들에게만 일어나는 '기적'이라는 일보다 조금 더 높은 확률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주를 알고 만나 평생토록 좋은 사랑을 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에 삼 년 오 년을 알고 만나도 그 속내가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이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공평하게도 하늘은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선물한다. 물론 그 모습과 향기와 촉감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무려 9년 동안 한 남자와 연애를 했다. 조금씩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찰나에 그녀는 이상한 점을 하나둘씩 발견하기 시작했다. 9년을. 무려 9년을 알고만난 그 남자는 알고 보니 9년 동안 그녀가 알고 있던 직업도 아니었고, 나이도 부모님도 형제도 친구도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과연 그녀는 9년 동안 누굴 만났던 걸까. 20대의 전부를 함께 사랑했다 생각했던 그 남자는 누구일까. 지금은 그녀의 소식이 들리지 않지만 아마 그녀는 그 누군지 모를 남자와의 연애를 끝마친 후 아무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9시간도 9일도 9개월도 아닌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모든 게 탄로나는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너무나 다양한 경우의 수들이 존재하고, 그 속에는 숱한 플러스와 마이너스들이 공존한다. 좋은 경우의 수만큼이나 좋지 않은 경우의 수도, 최악의 경우의 수도 비슷한 확률로 존재한다. '어떻게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하는 생각은 괴롭게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런 일'들은 꽤 많은 이들에게 일어난다. 하지만 이러하듯, 좋은 경우의 수들도 우리의 주변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 사실은 경험하기 전까지 느껴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그 어두운 밤하늘 속 미치도록 반짝이는 별들을 뒤로하고, 하늘의 끝자락에 걸쳐져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별을 만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이다.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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