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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Mar 12. 2024

38일.

주말 아침이면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밥냄새에평온한 미소를 지어요.

당신 그거 아나요?
나를 둘러싼 세상 모든 일들을 사랑하면
그게 전부 더 큰 사랑으로 돌아오다는 사실을요.

작년만 해도, 아니 재작년만 해도

다른 집에서 하는 밥냄새 반찬냄새가 내 집안을 어지럽히면
잔뜩 인상을 쓰며 집안 문들을 닫고 투덜거렸을 거예요.

당신은 잘 알잖아요.

내가 냄새에, 청소같은 것에 예민하다는 걸요.


그랬던 내가 당신이 내 곁을 떠난 그 사이에

정말 많은 것들을 소중히 하고, 또 사랑하게 됐어요.

아침일찍 일어나 환기를 하려 창문을 열고,

얇지만 푹신한 요가매트 위에서 요가를 하려고 준비하다보면

어느날은 매캐한 담배냄새가 올라오기도 해요.
그 때 창을 닫고 찡그린 얼굴로 요가를 하지 않아요.
그보다 담배냄새가 주는 어떤 시원함이라던지, 색다른 느낌에
‘나쁘지 않네’ 하는거예요.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요?
짙게 올라오던 담배냄새의 존재가 나에게 너무나도 옅어져요.
내가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죠.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더라구요.
내가 당신이 잠시 나의 곁을 떠났다는 사실을
가슴속에 안고 일상을 지내다보면, 

당신이 당장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이 하루종일 내 발목을, 손목을,

고개를 돌리라고 가슴팍을 쿡쿡 찔러와요.

그런데 그저 당신이 없는 순간, 온전히 나의 일상을 살고,
또 당신이 곁에 없기 때문에 떠올릴 수 있는
당신과 나와의 추억, 순간, 향기 그런것들을 아름답다 쳐다보면요
어느순간 당신이 내 곁에 있는 것 같은 포근함에 미소짓게 되더라구요.

물론 당신이 그리워요.
너무 고된 어떤 날들은 당장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당신이 있는 곁으로 날아가고 싶어지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익숙해져야 하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곧 함께 할 거잖아요.
그래서 당신이 없는 순간들 마저, 그 속의 아름다움을 찾다보니
모든 순간이 그저 사랑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사랑해요.
당신이 내 곁에 머무는 순간과
떠나있는 순간과
그 모든 순간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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