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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하게 Jul 07. 2024

53일.

당신이 또 다시 떠나가니

난 또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가면 언제 또 오시나요.


집에 들어가는 일이 또 다시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고독하고 무서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얼마나 된다고 당신이 머물던 고작 그 며칠이

나에겐 ‘아, 이제 숨을 쉴 수 있다.’겨우 뻐끔 거리던 물고기 같았는데,

당신이 떠나가고 난 다시 물속에 깊이, 깊이 가라앉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나의 무언가를 의지하고 의존하고, 전부 내놓고 기대는 것이 지독히도 싫어,

당신을 사랑하는데에도 난 꽤 많은 시간이걸렸습니다.

알죠?


우린 서로를 사랑하기까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언제나 날 꿋꿋이 기다려주던 당신의 노력과

내가 날 당신께 기대어놓으려는 나의 애씀.

그게 우리의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지 않았나,

결코 풀리지않도록 매고 또 매어 잘 엮어놓지 않았나 해요.


그런데 당신이 또 이렇게 날 떠나가니

눈물이 어느새 목 끝까지 차올라

또 다시 주둥이만 겨우 내민채 한 번,두 번 뻐끔거립니다.

이제 가면 언제 또오실까요.


당신이 떠나면 한 여름 8월의 매미들처럼 한참을 소란했던 내 마음은

이제 저물어 입을 꾹닫습니다.

입을 열때마다, 한마디 두마디

당신을 향한그리움들만 뚝뚝 떨어질테니까요.

잠시 이대로 당신이 돌아오는 날 까지
숨을 꾹 참고 있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한 숨, 두 숨.


허벅지 한켠을 비틀며 참다가 그렇게 언젠가 당신이 돌아오면

겨우내 잠자던 개구리가 세상으로 나와 뛰어다니듯

그렇게 모든 숨과 그리움을 뱉어내면 어떨까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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