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그녀가 보였다. 세 평짜리 방에서 잘 수밖에 없었을 때도 있었다. 먼 옛날이야기이다.
지금은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곳에서 국민평형 아파트에서 온 가족이 산다. 다섯 생명체. 나, 그녀, 딸, 천사 아들, 강아지 한 마리!
집에 가면 가장이라는 권위주의자로 포장만 되어 있지만 실상은 제일 막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천사아들에게 꾸지람도 듣고, 이쁜 딸에게도 조용하라는 잔소리까지.
조용한 집에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그녀는 자고 있다. 내일도 남편 출근할 때 커피 한 잔에, 계란 프라이, 사과 하나. 고맙다. 그녀가.
그녀의 첫사랑이 나란다. 나는....?
하지만 그녀의 끝사랑은 나다. 요즘 그녀의 머리색깔이 변한다. 내일은 친구가 집에 온다고 염색하러 간다고 한다. 흰머리 색깔은 보이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녀는 아직도 소녀다. 이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한다. 가끔 나도 그녀가 이뻐 보인다. 한번 해 보려 덤벼도 귀찮다고 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나의 사랑이다. 내보다 단 하루라도 건강히 살았으면 한다. 나의 마지막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