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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May 08. 2024

팬지꽃의 독일 꽃 이름은?

아니 꽃 이름이 왜 이래?


나무에 손대면 초록색 물이 묻어 날듯 실록이 우거질 때면 독일 가정집들 현관 앞에 자주 만나지는 꽃이 있다

바람 불면 나풀거리는 여러 개의 꽃잎 중앙에 누군가 물감 한 방울 떨어 뜨린 듯 다른 색을 품은 꽃.

그 꽃은 색감도 노란색, 빨간색, 하얀색, 자주색, 보라색.. 등 다양하고 크기 또한 크고 작은 것으로 나뉜다.

이 꽃의 정식 이름은 A Viola wittrockiana 또는 Viola, Violaceae 다.

찾아보니 한국에선 팬지 또는 삼색제비꽃이라 부른다.


그런데 독일에선 사람들이 이 꽃을 Stiefmütterchen이라 부른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계모 다.

나는 때마다 궁금했다 아니 꽃 이름이 왜 이래? 하고 말이다.

계모가 욕설이나 나쁜 말은 아니지만 전래 동화나 동화 속에 자주 등장 하는 인물들이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콩쥐 팥쥐, 장화와 홍련.. 그리고 백설공주, 신데렐라 모두 계모가 악역으로 등장하지 않은가.


독일어 말미에 chen 이 붙으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의미가 부가된다.

마치 우리가 아가나 강아지 에게 “오구 그랬쩌요~!”라고 말할 때처럼 독일어 말끝에 쉔이 붙으면 간질간질 몽글몽글한 어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꽃이름 Stiefmütterchen 에도 chen 이 붙지만 어쩐지 귀엽지가 않다.

하늘 하늘 하고 어여쁜 꽃에 계모라는 이름 이라니 말이다

혹시나 꽃 이름이 그렇게 불리게 된 데에는 어떤 전설 내지는 동화에 등장할 만한 설이 있지 않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주 가는 꽃상가에서 플로리스트에게 대뜸 물었다

"요기 화분에 적혀 있는 이름은 비올라...인데  왜 이 꽃을 계모라고 부르나요?" 그랬더니..

당황하는 듯하던 플로리스트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검색을 한번 해 보세요"라고 했다.

사실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갑자기 누군가 왜 이 꽃 이름이 진달래 에요? 또는 왜 이름이 개나리 꽃이죠?

라고 묻는 다면 나도 딱히 대답해 줄말이 생각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궁금한 것을 못 참는 아줌마는 계모 찾아 삼만리 하듯 만나는 동네 할머니들 마다 묻고는 했다

"왜 이 꽃 이름이 계모일까요?"

그러나 아무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그저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그렇게 불러서 그냥 그렇게 불렀다는 대답이 대부분 이였다


어느 날 우연히 오래된 신문 칼럼에서 드디어 팬지 꽃에 대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Hamburger Abendblatt라는 지역 신문 칼럼에 제목도 “Wie kommen die Stiefmütterchen zu ihren Namen?"

바로 직역하자면 "계모꽃은 어떻게 계모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나?" 또는 의역하자면

"왜 계모꽃은 계모라고 불리게 되었을까?"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칼럼에서도...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그렇게 불리게 된 이유로 가장 큰 가능성을 제배가 쉽다는 것으로 꼽았다.

이 꽃을 재배 하는 과정이 세상 수월 하단다


계모꽃은 물만 어쩌다 한 번씩 주면 되고 신경 많이 쓰지 않고 대충 놔둬도 웬만한 환경에서도 쑥쑥 잘 자란다는 것이다

날씨가 갑자기 건조해지거나 서리가 내려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식물 중에 하나라고 말이다.

그렇게 계모 같이 또는 계모가 하듯이 (Stiefmütterlich) 키운다 또는 키워도 된다 라는 말이 세월이 흘러 줄고 줄어 결국에 꽃 이름이 계모 가 되었다는 설이다.

설이라 백퍼 확실한 것도 아니고... 모든 새어머니가 그런 것도 아닐 테고 남의 자식에게도 지극정성인 사람도 분명 있을 터다


그러나 독일에서 계모 같다는 말은 조금 부정 적인 의미로 쓰이고는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는 문화센터에서는 요리강사들이 각자의 레시피를 작업하고 강사별로 나누어 모아둔 서류철들이 강사실 서랍장 안에 따로 분류 되어 있다.


어느 날 강사들 끼리 모여 회의를 하는데 한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했다.

"모두들 매번 새로운 강습들을 하고 있는데 왜 모여있는 레시피가 이렇게 계모스러운 건데?"

이때 사용한 계모스럽다는 되게 구두쇠스럽게 또는 찔금 찔금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한국에서는 팬지꽃을 말려서 향긋하고 예쁜 색이 나는 꽃차로 사용하고 독일에서는 비타민 가득한 봄 샐러드 로도 이용되며 요리 데코 에도 사용된다.

예쁘고 여러 모로 유용한 팬지꽃 독일에서는 계모꽃 이다.

그 팬지꽃 꽃말을 찾아보면 나를 생각해 주세요 나를 사랑해 주세요 인데

꽃 이름이 계모이고 이름이 된 배경이 그렇다 하면 어쩐지 짠하고 측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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