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환자 대기실 창문에 어리는 햇빛이 유난히도 따사롭고 예쁘던 날이였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가정의 병원 에서는 응급한 상황이 터질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 여기며 천하태평 했었다.
사실, 내가 평소 알고 있던 병원 에서의 응급상황 이라고 해보아야 직접 겪은 것은 거의 없고 종합병원 에서 일하던 남편에게 들었던것 또는 영화나 드라마 에서 간접 체험 한 것이 전부 였으니 현실감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날, 정오쯤 넘실거리는 햇살을 등지고 큰키에 조금 마른듯한 중년 남자 한명이 우리병원을 찾아 왔다.
아직은 진료 시간이 한시간 남짓 남아 있었고 환자 대기실에는 몇명의 환자들도 진료를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그 환자는 접수 하고 대기실로 들어 갈때 까지 커다란 천가방을 품에 안고 있었다는 점 을 제외 하고는 말투도 점잖고 차분했으며 차림새도 평범했다.
그런데..그날 함께 일했던 직원은 그순간도 많이 특이 했었다고 했다.
나는 단지 다른 환자들에 비해 조금 긴 시간 이병원에 진료를 오지 않았다는것 말고는 지극히 평범 했던 것으로 기억 하는데 말이다.
지랄발광
그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 간지 십분 정도 되었을려나 누군가의 기침 처럼 터져 나오는 고함 소리가 병원 복도를 가득 메우기 시작 했다.
너무 놀란 나는 노크 할 여지도 없이 진료실 문을 벌컥 열어 제꼈다.
그 안에는 조금 전에 멀쩡히 자기발로 걸어 들어 갔던 환자가 진료실 침대 위에 벌러덩 드러 누워 있었다.
그런데 아까도 품에 안고 있던 천 가방을 누워서도 끌어 안고 천장을 쳐다 보며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하듯 욕설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악을 쓰다가 아이 처럼 소리 내어 엉엉 울며 발버둥을 치는데..
그횡설수설 가운데 내귀에 정확히 꼿히던 소리...
"죽일거야 죽여버리겠어!"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멘붕이던 나를 진정 시키며 남편은 담담하게 경찰에 신고를 했고 다른 직원 에게 응급차를 부르라고 지시 했다.
나는 이 지랄발광 하는 사람이 그럼에도 꼭 끌어 안고 있던 가방 안에 혹시 우리가 상상도 못하던 칼이나 총 그런것이 나오면 어쩌나 덜컥 겁이 났다.
저러다 벌떡 일어나 뭔가를 꺼내들고 병원 안을 휘젓고 다니며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봐 벌벌 떨어 가며 빨리 경찰이 오기 만을 기다렸다.
9시 뉴스에나 나올법한 일이지만 그때 눈앞에 펼쳐 지던 상황은 그런 무서운 상상을 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일분이 열시간 같던 시간이 흘러 싸이렌 소리 요란 하게 들어 온 경찰 세명 과 뒤이어 들어 오는 응급의 와 구조대원 들을 보며 간신히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남편은 일사불란 하게 출동한 경찰과 응급팀 에게 환자에 대해 짧고 명료하게 설명 했고 다듣고 난 여경찰 한명이 제정신이 아닌 환자의 이름을 친절하게 불러 대며 지금 어느 병원(정신병원)으로 갈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말이 떨어지자 마자 그환자는 자기 퇴원 한지 얼마 안됬는데 안간다며 버텨대기 시작했다.
그러자,어깨 떡 벌어진 남자 경찰 두명이 발버둥 치며 "나는 못가 안 갈거야 "라며 주저 앉는 환자를 양쪽에서 붙잡고 그와중에 응급의는 환자 상태를 빠르게 체크해 나갔다.
그후,경찰과 구조대원의 신속한 대처로 환자는 빠르게 응급차에 태워졌다.
울며 불며 죽이네 살리네 난리를 외치면서도 병원 진료 와는 왠지 상관 없어 보이던 큼지막한 천가방을 꼭 끌어 안은체....
아직도 미스테리..
나는 아직도 그날 그천가방 안에 뭔가 흉기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면? 하는 무서운 의문이 든다.
그래서,그날 이후 제일 먼저 한일은 진료실 세 곳에 있던 모든 뾰족한 것들을 싹 치워 버리는 일이였다.
언젠가,또 멀쩡이 와서 진료 받고 있는 중간에 이상해 져서는 순간적으로 돌변 하는 환자를 만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은 의료 메스 들 부터 핀셋.. 가위..등등 혹시나 유사시에 위험 할수 있는 것들을 일단 주사실로 치워 두고 진료시에 필요할때만 그런 의료 집기 들을 따로 준비해서 들여 놓는다.
처음본 정신이상 환자의 발작이 너무나 충격 적이였지만 그덕분에 응급상황 대처법을 실감 나게 교육 받은 셈이다 실제 상황으로 다가...
그후로도 우리 병원에 진료 온 환자 들 중에 갑자기 나타난 심장마비 증상 으로 또는 밤새 복통이 있었다 해서 초음파 해보니 장파열 이여서,그리고 진료 끝나고 집에 가다가 너무 어지럽다고 병원으로 다시 왔는데 중풍 증상이여서 등등으로 갑자기 응급상황이 되어 응급차를 부르게 되는 일들이 종종 생기 고는한다.
그러나, 이제는 제법 단련이 되어 응급상황을 처음 경험한 그때 처럼 멘붕이 되어 쩔쩔 매지 않고 의연 하게 대처 하도록 노력 중이다.
만약,남편이 예정 되어 있지 않은 환자의 심전도 검사 또는 초음파 검사를 빠른 시간 내에 진행 시킬 경우 혹시나 발생할 응급상황을 대비해 큰병원 이송시 필요 할 서류 들을 미리 준비 한다.그리고
우리 끼리 응급상황 임을 알리는 암호 헤라클레스 인가?를 확인한다.
말 그대로 직원 들끼리 응급 이라는 단어를 사용 하게 되면 가뜩이나 응급차 들어 오는 사이렌 소리에 술렁이는 환자 대기실 분위기가 더해질 우려가 있고 우리 스스로도 허둥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응급상황일때 서로 동요 하지 않고
"헤라클레스" 라고 차분히 이야기 한다.
드라마 제목 말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