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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09. 2019

오늘도 우리는 왕진 가방을 든다.

왕진 이라니?


독일 의료 시스템 안에는 왕진 이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해 의사가 직접 환자의 집까지 진료를 나가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 남편을 따라 병원 진료 없는 오후 시간

철가방 들고 자장면 배달 가는 것 처럼 왕진 가방 들고 생판 모르는 남의집 벨을 누르고 서 있는 순간이 몹시도 낯설었다.


꼬맹이들 친구 집으로 놀러 가는 것 까지도 서로 시간 약속 해서 만나는 동네 에서 아무리 의사 라지만 남의집 안방에 거실 까지 들어 가야 하는 왕진 이라니....

그런데..모든 것이 적응 하기 나름 이라고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고 장단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 했다.



왕진의 장단점


왕진의 장점이라 하면 병원으로 오시기 힘든 환자들을 직접 찾아가 진료를 드릴수 있다는 것과 그분들이 처해 있는 생활 환경을 직접 보게 되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보호자 들과 함께 고민해 볼수 있다는 점을 수 있겠다.


가령,발터 할아버지나 데미어 할아버지 처럼 치매환자 여서 잠시도 혼자 두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휠체어 보조 책상 이라던가 침대 보조틀 등 식사를 하시거나 주무시다가 가족들모르는 사이 환자가 넘어 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보조해 주는 기구 들을 의료보험 에 신청 해서 받을수  있다.

그런데 그신청서를 가정의 병원에서 써주어야 한다.


만약,왕진때 그런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더라면 병원에서 하룻동안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넘쳐나는데 그런 비교적 급하지 않은 신청서를 발빠르게 써드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 언젠가 왕진 에서 랄프 할아버지의 심장 이상을

남편이 확인 하고 바로 그자리에서 큰병원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했다.그날 우리가 왕진을 가지 못했더라면 어쩔뻔 했나 가슴을 쓰러내리던 위급한 상황 이였다.


그런데...

왕진의 단점 이라 하면 우리가 가지고 움직일수 있는 의료 기기가 제한 적이기 때문에 심전도 또는 초음파 등의 의료기기 가 필요 할 경우 환자를 큰병원으로 이송 하거나 보호자와 병원 진료 예약을 다시 잡아야 해서 어느때는 이중으로 시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환자당 진료 시간이 너무나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이환자의 집에서 저환자의 집까지 오고 가는 시간에 다가,앉자 마자 후딱 하니 진료 끝 이럴수는 없기 때문에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안부 인사 부터..요즘은 어디가 어떻게 불편 하신가 까지..차례로 묻다 보면 느릿느릿 말씀하시는 노인 환자들의 진료 시간은 5부작 다큐멘터리 가 되기 싶상이다.

물론 중간에 편집 해서 오늘은 1부 까지만 다음번에 2부 이렇게 나누어 끊고 가는 건 내 역할이지만 말이다.


또.... 에마 할머니 처럼 엊그제 왕진때 뵙고 이야기도 나누었던 분이 오늘 하늘의 별이 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면 한동안 가슴이 묵직해 져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머지 않아..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왕진의 대상


그럼,왕진은 독일에서 어떤 환자를 대상 으로 하는가 하면 ..

당연히 모든 환자가 왕진의 대상이 되것은 아니다.를들어..

암, 당뇨, 파킨슨, 중풍,치매  등 지병이 있어 거동이 불편하신 고령의 환자들이 첫번째 대상이고

두번째는 응급 환자 세번째는 사고 또는 수술로 당분간 움직일수 없는 환자 들이 대상 이 된다.


두번째 세번째에 해당 되는 왕진 환자 들은 적게는 한두번 에서 많게는 너뎃번의 왕진이 다일 경우가 대부분 이지만 첫번째 대상의 왕진 환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고정으로 왕진을 다녀야 하는 경우다.


우리 병원의 경우 그고정 왕진 환자의 수가 60명에 달한다.다른 병원에 비해 그숫자가 월등이 많다.

먼저,병원을 하시던 벤쩰 선생님이 워낙 의사로서의 사명 의식이 투철한 분이라 다른 가정의병원 에서 받지 않는 왕진 환자들을 모두 받아 주셨고 그에 못지 않은 남편이 병원을 이어 받았으니 어찌보면당연 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60명의 왕진을 병원의 한분기인 세달 (한크바탈)에 두번씩만 다닌다 해도120번의 왕진을 가야 한다. 그런데 왕진이 딱 두번만으로 되는 경우는 많지않다.거기다가 응급 왕진 까지 합쳐지면 그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기도 한다.


어쨌든, 한분기 삼개월을 주말 빼고 공휴일 빼고 대략 20일로 잡으면 60일 못해도 하루에 두번 이상왕진을 나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저녁 6시 까지 진료가 있는 화요일,목요일은 저녁 7시나 되어야 진료가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응급한 상황이 아니면 되도록 왕진을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머지 월요일,수요일,금요일 오후 부터 몰아서 왕진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하루에 적게는 두세명 많게는 대여섯명의 환자를 왕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심은 뭐가 됬든 당연히 외식이고

중간에 우리집 멍뭉이 나리 산책 시켜 주고 나면 어느때는 우리집 시장 볼 시간도 빠듯하고 저녁도 사다 먹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며칠전에는 점심도 중국식 볶음밥을 먹었는데 왕진 끝내고 나니 저녁 해먹을 시간이 없어 저녁도 중국식 누들볶음과 챱수이를 사다 먹었다.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입에서 중국 말이 쏟아진데도 이상할게 없게 생겼다.


언젠가,...

아침 조깅 을 함께 하는 친구 베로니카 에게 종합병원 에서 근무 하는 남편이 개인병원 개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었다.그때 그녀는 앞으로는 자유시간이 좀 늘어 나서 함께 운동도 자주 다니고 좋을것 같다며 들떠 있던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킴킴아 (친구들이 부르는 애칭) 가정의 병원 니가 생각 하는거 보다 일 많을거야 어쩌면 전보다 더 바빠 질지도 몰라"

그때 ...나는 설마...개인 병원인데...우리가 쉬고 싶을때 샷타만 내리면 될텐데...라고 단순 무식 하게 생각 했었다.

그런데 그 설마가 요즘 기냥 사람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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