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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Nov 09. 2019

독일의 특이한 동네 오버쯔베렌

너무나 닮았다.


요즘 주말에...

아껴둔 과자 야금야금 까먹듯 보고 있는 한국의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있다.

그이름은 동백꽃필무렵....

원래 성격이 꽤나 급한 편이라 아직 끝나지 않은 드라마 다음회 할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박이 난 드라마여도 왠만하면 종영 할때 까지는 시작도 안했다나중에 몰아서 보는 것을 선호 한다.그덕분에 결말을 알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 들도 여러편 된다. 


그런 내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드라마 미니시리즈를 주말에 챙겨 보고 있다. 주중에는 일하느라 밀어 놓은 살림도 뒷전인체...

드라마 동백꽃필무렵의 매력은 꼽을수 없이 많지만 유독 나를 붙들고 있는 것은 옹산 이라는 가상의 시골 동네다.

그곳의 겉 모습이 아니라,작고 빤한 동네의 자질구레한 상황들남편이 개인 병원을 시작한 오버쯔베렌 이라는 독일의 작은 지역어쩌면 그렇게 똑 닮았는지 모른다.

독일의 병원 간판은 이렇게 건물앞에 세워 두거나 건물 벽에 작게 붙어 있다. 문패 처럼..얼핏보면 병원이 아니라 가정집 같다.
모르는 사람 없다
서로 사돈의 팔촌


가령 드라마에 나오는 옹산 사람들은 한동네에서 쭉살아온 토박이들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집 저집 서로의 시시콜콜한 것들 까지 공유 하고 있고, 이리저리 사돈의 팔촌으로 엮여 있는 마치 옛날의 씨족사회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오버쯔베렌이 바로 그런 곳이다.

접수처에서 처방전을 받아 나가는 환자와 대기실에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가 서로 친척 이거나 사돈 또는 이웃인 경우는 허다 하고...

어느날은 각자 예약된 진료 시간에 병원 왔다가 만난 사람들이 친구에 친척에 이웃 이고 해서 각각 진료가 끝났는데도 집에 갈 생각도 안하고 환자 대기실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드라마 에서 동네 주민들이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떨듯.....

독일 에서도 이런 장면 들은 모임에서 자주 볼수 있지만 병원 대기실 에서는 흔하지 않은 장면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살고 있는 카셀Kassel시골 마을은 아니다.독일의 중부 Hessen 헤쎈주에 속해 있고 헤쎈주에서 3번째로 큰도시 다.

서로 바쁘게 오가며 옆집 사는 사람들과 인사만 간신히 주고 받고 살아도, 이름조차 잘 몰라도 하나 이상 할것 없는 전형 적인 도시의 일상속에서 어찌 보면 그게 훨씬 당연 해 보이는데...

카셀의 오버쯔베렌은 다르다.흰자 위에 얹혀 있는 노른자 처럼 카셀 에서도 그들만의 지역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같은 착각 마저 드는 곳이다.


비주얼은 찹쌀 도너츠 처럼 생겼지만 맛은 다른 독일 도너츠
말도 많고 탈도 많고..정도 많다


처음에 남편이 가정의 병원을 열었을 때 유별난 이동네 분위기가 낯설고 이상했다.

보통 길 지나 다닐때 독일 사람들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굳이 먼저 할로 Hallo 하고 인사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길 가다가 아는 사람들만 주구장창 골라 만나는 경우 또한 드문일 아닌가?

그것이 자연 스런 일인데...

이동네는 빵하나 살려고 동네 마트로 가는 길에도 우리병원에 오시는 환자 들을 단체로 만나게 된다.

거기다가 인사 하고 지나 치다 보면 소근소근 하는 소리 마저 슬쩍 슬쩍 들려 온다.

마치 드라마 에서 동백이가 지나 가면 동네 사람들이 뒤에서 속닥 거리는 것처럼...

그속닥임이 뭐 그리 특별할것 있겠는가 마어쨌거나 순간 묘하게 민망 해 진다.

세수 라도 한번 더 할걸 ...하며..


어느날...

그자리에서 30년 넘는 세월 동안 가정의 병원을 해오셨던 벤쩰 선생님의 하얀색 배경에 검정 글씨로 씌여 있던 간판 대신에 초록색 배경에 검정 색으로 씌여진 닥터김 이라는 이름의 병원 간판이 새롭게세워졌다.

아마도 이동네 사람들의 모습은 드라마 에서 백두게장 ..무슨게장..등의 게장 집들이 줄지어 있던 옹산의 시장 골목에 까멜리아 라는 간판이 올라갔던 그날의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까멜리아 라는 가게가 꽃집인가? 뭔가? 뭐 파는 곳일까 궁금해 하며 기웃거리던 옹산주민 들 처럼.. 

오버쯔베렌의 주민들은 수시로 우리 병원 간판 앞을 기웃 거리며 닥터 김이 한동안 동네의 이슈가 되기도 했.


그도 그럴 것이 그동네에 가정의 병원이 다섯 군데 정도 더 되는데 남편 빼고는 모두 독일 의사들이 하는 병원 들이다.

그 틈바구니에 까만머리의 한국의사가 어느날 가정의 병원을 열었다. 하게 생긴 마눌과 함께..

90이 넘으신 환자 들도 많은 동네 에서 (우리 병원 가장 고령이신 환자가 99세의 안나 할머니 인데 그녀는 내년 1월에 100세가 되신다.)


아마도 그분들100년 가까운 인생에 처음 겪어 보는 외국인 가정의 병원 일거다.

독일에서 가정의 하우스아르츠트는 주치의 개념 이라  사람의 건강과 인생에 깊이 관여 하게 된다.

마치 어떤면 으로는 동네 이장님 처럼 말이다.


이 유난스럽지만 특별한 동네 오버쯔베렌이 이제 점점 익숙 해져 간다.

길에서 불쑥불쑥 마주치는 환자 들과도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할머니 환자가 아침으로 먹으라고 들고오신 도너츠를 감사히 먹으며 콧노래를 부를 수 있을 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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