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벼룩 시장 같은 곳에 가서 물건 흥정도 잘 못하고 어느때는 밖에서 할말 못하고 삼키고 집에 와서는 이불 뒤집어 쓰고 씩씩 거리며 그때 내가 딱 이말을 했었어야 되는데 라며 이불속에서 만세 부르는 타입이다.
살면서 내가 남에게 대놓고 딱 잘라 안된다고 했던 경우가 손으로 꼽을 정도나 있었던가?
하여튼 그런 나의 마음 약함? 또는 시원찮음을 익히 알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아빠가 안된다 이야기 할것이 빤한 것들은 아예 바로 내게 들고 오고는 한다.
그런 나 인데..
놀랍게도 요즘 병원 에서
"Das gehtnicht 그건 안되지! "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가정의 병원을 꾸려 가면서 여러 빡신 일들을 겪다 보니 그동안 내안에 숨어 있던 나도 모르는 것들이 툭툭 튀어 나오고 있다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할 일은 넘쳐 나고....
독일에서 가정의 병원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쏟아지는 시간 맞춰 끝내야 할 서류 들과 다시 수정해서 보내 져야 할 각종 확인서, 신청서, 처방전, 소견서들이 가을날 길바닥에 낙엽 떨어지듯 매일 가득 이다.
그뿐인가,....
사소하지만 꼭 미리 챙겨 두어야 할 일들 또한 줄 서서 기다린다.
가령, 컴퓨터 용지 가 떨어지기 전에, 화장실에 손 닦을 물비누 또는 휴지들이 떨어지기 전에, 환자 대기실 잡지책 들을 시간 맞추어 바꿔 줘야 하고, 직원 휴게실에 커피 그리고 커피에 넣을 우유가 떨어지기 전에 챙겨 놓아야 하고 심전도에 사용하는 일회용 패드 들... 초음파에 사용하는 젤리.. 소변 검사 기계 용지.. 채혈 또는 예방 접종에 필요한 주사기,바늘,주사약,혈액검사 용지에 사용할 번호표..... 상처 소독하는 데 쓰는 소독약, 거즈 등등 주사실에서 필요한 것들을연구소,약국 , 제약 회사 등에 주문을 넣고 하는 일들.... 또 택배로 받은 의료 용품 들을 다시 정리하는 일들.... 이런 자질 구레 한 일들도 짬짬이 진료 시간 안에 해야 한다.
물론, 직원들끼리 서로 나누어서 하지만 꼴랑 네 명 그것도 매일 나오는 사람은 두 명뿐인 병원에서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일들은 언제나 넘쳐 난다.
게다가 우리가 누구 인가? 네 명 합쳐도 똘똘한 한 명 못당하는 오합지졸이 아니던가?
어떻게 하면 이어리버리한 적은 인원으로 쌓여 가는 일들을 원할 하게 해쳐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어느 날....직원 한 명이 20분째 전화통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환자 한 명의 처방전을 써주기 위해 전화로 피자 배달 주문받듯이 하나하나 컴퓨터에서 찾고 있는 것이었다.
그 환자는 병원에서 멀리 사는 사람도 아니었고 고령의 환자도 아니었다.
병원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때 사는 환자가 병원에 와서 신청해 놓고 기다렸다가 받아 가던지,다음날 다시 찾으러 와도 될 약 처방전을 미리 전화로 신청해 놓고 오자마자 바로 찾아가기 위해서 즉 와서 신청 하고 처방전 써줄때 까지 기다리기 싫고맡겨놓고 한번더오는 것도 귀찮아서 긴 시간 전화를 붙들고 있었던것이다.자기 편하려고...안 그래도 밀린 일이 쌨는데 말이다.
그런데..그런 전화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걸려 온다.
착해 빠진 직원하나가 "나 저 전화기 한번만 벽에 던져도 될까? " 라는 진담 어린 농담을 할 만큼....
그 순간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부터 전화 로는 안됩니다.
우선, 남편에게 부탁해서 줄 그어져 있는 예쁜 종이 위에 환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필요한 약 이름을 적을 수 있는 일명 처방전 신청서를 컴퓨터로 만들었다.
그리고 직원들 에게 처방전 써달라는 전화가 오면 무조건 "우리 병원은 지금 직원들이 적어서 처방전 신청은 전화로 받지 안습니다.오셔서 신청서 작성 하고 바로 처방전 받아 가시던가, 신청서 가져다가 써서 어느때던 병원 우체통에 넣어 두면 다음날 처방전 받을수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라 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직원들 마저 술렁였다. 처방전 필요 하다고 전화 한 환자 들에게 그이야기를 어떻게 하냐는 거다.
어떻게 하기는 입으로 또박 또박 해야지.....
안다 아주 잘안다 거절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
그러나...
처방전 신청을 일일이 전화로 받아주다 보면 환자가 "내가 누군데 혈압약 이랑 진통제랑 기타 등등이 필요 해요"하면 직원 들이 전화통 붙들고 컴퓨터 에서 그 환자의 진료 기록을 열고 처방전 썼던 것을 꺼내서 어떤 약이 필요 한지 하나 하나 클릭해서 해줬다.어느때는 환자가 자기가 복용하고 있는 약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 약통꺼내서 이름 이야기 할때 까지 전화 들고 기다려 줘야 할때도 있다.
환자 대기실에 혈액검사 하러 온 환자들이 기다리는 상황에...
또 환자가 직접 와서 약 처방전 신청 할때는 어떠 한가?병원으로 본인이 먹는 약 통 껍질을 오려서 들고 와서는 주머니 에서 한장 한장 꺼내 명함 뿌리듯 던져 놓으며 처방전 해달라고 두고 가는 환자 들 또한 만만찮게 많았다. 그것도 약통 오린 종이에
피셔,뮬러,마이어 ...이렇게 성만 달랑 써 놓고는..그런데 우리의 김씨, 이씨 ,박씨,처럼 흔한 독일의 성중에 하나가 피셔,뮬러,마이어 들이다.우리병원만 해도 수백 이 고 같은 약을 복용 하는 사람만도 수십 명인데 어떻게 찾나?
그래서..
어느날 부터나는 신청서를 들고전화한환자들 그리고병원으로 찾아온 환자들에게 이제부터는 처방전 받으려면 요 종이 에다가 이름, 생년월일, 필요한 약 이름, 크기 등을 적어서 내시라며 친절히설명 했다.
그러자,황당한 듯 바라보며 벤쩰선생님 때는 이런거 없었는데...뭐여?".하는 사람들부터 "네?여기다 뭘 적으라고요?"라며 되묻는 사람들 에다가 ...
"아니 갑자기 왜 전화로 신청이 안되는 건데요?라며 따지는 이들까지 사람들의반응은 실로 다양했다.
게중에는 지금 전화로 니가 설명해 주는 시간에 처방전 써 놓겠다며 노골 적으로 전화에 대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처방전이 필요 하다는 환자 들에게..
"우리병원은 지금 직원이 적어서.....로 시작되는 매뉴얼을 읊어 댄다.마치,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수 없사오니...하는 멘트 처럼...
무언가 변화를 시도 한 다는 것은 용기와 시간을 지불 하게 한다.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말이다.
당찬거랑은 원래 거리가먼 나는,가끔 사람들 에게 상처를받을까? 또는 상처를 주게 될까? 겁이 난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 변화 하지 않고 발전 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더 두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써가는 치약 돌돌 말아 짜내듯 없는 용기를 짜들고 내안에 숨어 있는 것을 꺼내 든다.대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