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부른 게 아니다
예전에 잠깐 알고 지내던 한국 유학생 부부가 어느 날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독일 병원은 이상해요 새 환자를 안 받는데요. 배가 불렀나 봐요".
그런데...
독일의 의료시스템 에는 개인 병원들이 한 분기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정해져 있다.(앞글 들에도 나와 있지만 독일 의료 시스템은 3개월인 한 분기 독일말로 크바탈 이 모든 것의 기준점이 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리 병원처럼 의사 한 명의 개인 병원에서 한 분기 동안 진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1200 명으로 정해져 있다는 거다 은행 카드 한도액 정해져 있듯이... 그게 무슨 소리인고 하면...
예를 들어 우리 병원 같은 가정의 병원에서 한크바탈 삼 개월에 1300 진료를 하면 의료보험 공단 KV에서 1250명만큼만 (거의 후려 치기라고 해야 함) 진료비를 결산해서 준다. 게다가 숫자가 올라갈수록 벌금 형식의 세금 또한 많이 낸다.(빌린 돈 이자 내듯이)
한마디로 가정의 병원에서 3개월간 진료할 수 있는
환자수의 마지노선은 1200 명 인 셈이다.(*물론 이것도 때와 동네에 따라 마지노선이 달라 질수 있다
펜데믹 이후에는 1400 이상으로 올라 갔었고 가정의 병원이 없는 시골은 그 이상이 용인된다)
만약, 피자 배달을 1300개 했는데 이벤트 기간도 아니고 피자 값은 1250개만큼만 받는다면 누가 애써서 1300개 를 힘들게 배달해 가며 팔겠는가 1200개 팔고 말지!
그래서 개인 병원들이 일정 환자수가 넘어가면 새 환자를 받지 않는다. 리미트가 다된 거다.
그것은 독일 개인병원 들의 독점 시장을 막기 위한 방침이다. 다시 말해 혼자 잘되는 병원의 독주를 막아 망하는 병원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사를 쇼핑하는 사람들.
독일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레스토랑이 새로 개업하면 어떤가 싶어 한 번씩 가본다.
병원도 마찬가지, 특히나 가정의 병원이 새로 개원하면 이병원은 어떤가? 이병원 의사는 어떨까? 하며 진료받아 보고 싶어 하는 환자들이 줄을 선다. 그렇게 여기저기 기웃 거리며 이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는 것을 이 동네 업계 전문용어?로 의사 쇼핑이라고 한다.
의사 쇼핑을 나온 환자들이 우리 병원에도 끊임없이 문을 두드려 대고 있다. 문제는 우리 병원 은 그 숫자들을 모두 소화해낼 만큼의 직원도 없을뿐더러 기존의 벤젤 선생님 때 그리고 그보다 먼저인 뮬러 선생님 때부터 환자로 계셨던 우리 병원 환자들도 때로는 버거울 판이라는데 있다.
그렇다 우리 병원은 뮬러 선생님을 지나 벤쩰선생님 에 이어 남편까지 3대에 거쳐 가정의 병원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미 기존의 환자수가 천명이 넘는 곳이다.
거기에 의사가 바뀌었다고 궁금해서 새로 오려는 환자들까지 겹치다 보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급기야 어느 날은 진료가 너무 늦게 끝나 버리는 통에 남편은 한 달 전에 예약해 두었던 안과 정기검진 시간마저 놓쳐 버렸다.
우리가 왜 지금 맨땅에 헤딩 중인데...(그 이유가 첫 편에 나옵니다)
남편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꼭 가야 할 정기검진도 못 갈 만큼 일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그 일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분간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습니다.
당분간 새로운 환자를 받지 말자고 했다. 그랬더니 처음에 남편은 이제 시작 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마지노선을 넘긴 것도 아닌데 굳이 문을 걸어 잠가야겠느냐 물었다.
혹시라도 그러다가 너무 환자 수가 급 줄어들면 어쩌나 걱정이 되는 듯했다. 남편 입장에서야 직원들 생각도 해야 하고 우리 아이들 도 있고 한데 안정적 이여야 한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남편의 건강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안 그래도 남편의 눈이 힘들어 보일 때마다 조마조마 한데 정기검진까지 못 가게 되니 내게는 당분간 새 환자를 받지 말아야 할 충분한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문을 걸어 잠근 것은 아니다. 무식해도 나름의 명분도 그리고 조건도 있다.
직원들에게 환자를 우후죽순 마구 받아서 정신없을 것이 아니라 기존의 환자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진료 환경을 만들자고 했다.
어느새, 적은 환자에 만족스러운 진료라는 것이 우리 병원의 진료 목표가 되어 있었다.
그것으로 걱정하던 남편도 설득되었고 새 환자 받지 말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직원들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리고 세 가지에 해당되는 새로운 환자들은 받기로 했다.
첫째 다른 도시에서 이사를 와서 당장 가정의가 필요한 경우.
둘째 독일에서 보통 16세 미만은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다가 16세가 지나면 가정의를 찾는데 그럴 경우.
셋째 환자가 다니던 가정의 가 정년퇴직했을 경우.
그렇게 우리 병원은 간간히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환자 들만 새로 받고 다른 병원에 다니고 있으면서 가정의를 바꾸고 싶어 하는 소위 의사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의 경우는 친절하고 확실하게 사양했다.
우리 병원의 진료 목표를 이야기해 주고 경험 많은 직원의 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을 덫붙이면서....
그러면, 모두는 아니었지만 대부분 우리의 이유를 이해했고 그렇게 병원은 하루하루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어디서나 변수는 늘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된 그 사건이 있기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