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중희 Nov 11. 2019

저런 자식도 있는게 나을까?


독일에 이런 집이?


왕진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던 어느 빡신 수요일 오후였다.

우리병원 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시다가 아들네 로 이사를 가셨다는 Z할머니 왕진이 첫순서 여서 그아들네를 찾아 갔다.

겉모습은 평범하게 보이는 서민 아파트 였는데 문이 열리자 펼쳐지던 놀라운 광경에 기절초풍 할뻔 했다.


왕진은 환자가 계신 곳으로 직접 찾아가 진료를 하는 것이라 양로원,가정집 할것 없이 다양한 곳들을두루 다녀 보았지만 생활 환경 안좋기로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 할만큼 엉망이였다.

독일에 이런 집구석이 있다니..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지경 이였다.

 

문이 열리자 미친듯이 짖어 대던 강아지를 필두 로 풀어져 있는 뜨개질용 실타래 처럼 여기 하나 저기하나 늘어져 있던 고양이들...그리고 먼지털이개로 털어 대듯  쉴새 없이 날아대던 새장속의 새들 .....이건 동물원이 따로 없고..

집안 에서 풍기던 퀘퀘하고 매케한 냄새는 뭐라 표현 하기 어려운 정말이지 세상의 것이 아닌것 같은 냄새 였다.

음식냄새와 동물들의 사료와 배변 냄새가 뒤섞인 듯한 이상한 냄새....

그정신없는 통에 휠췌어에 힘겨이 앉아 계시던 Z 할머니...그분이 드셨을것 같은 언제 닦았는지 잘 모르겠는 지저분한 탁자에 얹혀 있던 접시 에는 인스턴트 누들로 보이는 것씹다 뱉은 껌처럼 말라 붙어 있었다.


그가 어머니를 모시는 이유


독일 에서는 환자의 병환 상태 에 따라 간병등급 이라는 것이 있다.

가정의가 그환자에 대한 진료기록을 토대로 신청서를 써주면 의료보험 회사 에서 간병등급을 승인해 준다.

그 간병등급이 올라 가면 갈수록 그 환자를 위해 전문간병인을 하루에 몇번 일주일에 몇번 신청 할수 있는지 가 정해 지고 그 비용을 전부 의료보험 에서 지불 한다.


가령,간병등급 3을 가지고 계신 Z할머니는 하루에 3번 주 7일 일주일 내내 전문간병인을 신청 할수 있다.

그러면 그 전문간병인 들이 교대로 집으로 찾아가서 시간맞춰 정해진 약을 드리고 환자의 상태를 체크 하고 기록하고 환자를 씻기고 먹이는  등을 맡아 하게 된다.

그런데...굳이 보호자 들중에 그 전문간병인 의 일을 자기네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있다.

자기 가족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어쩌다 있지만 많은 경우 이유는 하나 바로 그 간병비용을 받기 위해서다. Z 할머니네 아들 처럼...


저런 자식도 있는게 나을까?


왕진 가방을 선뜻 내려 놓기가 꺼려질 만큼 대단스런 거실 에 서있으려니 언제 감았는지 알수 없는 진 머리를 손으로 넘기며 토마토 소스인지 무언가 뭍은 티셔츠 위로 움직일때 마다 철썩 대는 굵은 체인 목걸이를 흔들며 Z 할머니네 아들은 친절하게도우리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그런데 어디 앉으란 말인가?소파 위에 입다 벗은 츄리닝 바지,자빠져서 손에 쥐고 글자 맞추기라도 했는지 구겨진 잡지책,고양이 장난감...

대충 한구석으로 밀고 앉다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방석이라고 부르기 민망하게 생긴 천떼기 밑에

딱딱한 개껌이 있었다.

이런 젠장 식겁했네..엉거주춤 서있는데...


조용히 계시던 Z할머니가 컥컥 기침을 하셨 다.

"아, 거 천천히 좀 마시라니까"

아들이 숨넘어 가게 기침 하는 할머니 에게 짜증을낸다

그전에 아들이 쥐어준 빨대 꼿힌 쥬스를 잘못 삼켜 사례가 들리신 모양 이다.

노환으로 잘 보이지 않는 할머니에게 저런 커다란 빨대를 꼿아 들이민 아늘놈이 되려 역정이다.


보다 못한 남편이 정색을 하고 "지난번에도 음식 잘못 삼키셔서 폐렴 생기기셨던거 기억 나시죠? 이번에 또 그러시면 위험해요 천천히 조금씩 나눠서 자주 마시고 드실수 있게 옆에서 도와드리세요" 라고 했더니...마치 순한 양처럼... 

".. 아유 그래야죠" 한다.


Z할머니가 돌아 가시면 간병비는 당연히 끊긴다.

그러니 저 아들에게 가장 무서운 말은 그러다 할머니 험해 진다,위독해 지신다 라는 말이다.

저것도 자식 이라고..라는 말이 입속에서 맴돌던 순간 이였다.


이전 11화 오늘도 우리는 왕진 가방을 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