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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n 20. 2024

5.기대와 좌절

-요양보호사가 된다는 것

2022년 4월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했5월에 H주간보호센터에 최초로 취업했었다.


당시 나의 어머니는 힘들어 하시면서도 두 발로 스스로 거동하며 날마다 집에서 가까운 Y주간보호센터에 출퇴근하며 열심히 생활하셨다. 그곳은 내가 사회복지사 자격취득을 위한 실습과정을 수행했던 곳이기도 하며, 그를 계기로 주간보호센터의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되었기에, 요양보호사자격 취득 직후에 H주간보호센터에 이력서를 내고 곧바로 취업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나는 딱 4일만에 뛰쳐나왔다.


왜?


내가 생각해도 황당한 결정이었지만, 나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에 관한 사연은 나의 다른 브런치북에 기록되어 있으나, 대략 밝히자면 이렇다.


당시, 생긴지 1년정도 밖에 안된 소규모 재가센터인 H주간보호센터의 센터장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무척 젊은 간호사 출신의 여자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센터로 어르신들을 송영할 때 쓰는 승합차를 운전하시고 그외 몇몇 가족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듯했다.

또 그곳에는 그 센터장의 친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센터 이용자로서  매일 오가고 계셨다.


다 좋은데, 역사가 오래지 않다 보니 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10여명에 불과했기에 나를 포함한 두세 명의 요양보호사가 거의 밀착케어를 하게 되었다.

주간보호센터는 요양원과 달리 스스로 거동할 수 있는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자이다. 그러므로 그분들의 동선을 따라 움직여 주며 활동을 보조하거나 여가프로그램이 운영될 때 사회복지사를 도와 보조하는 일을 하게 된다.

또한 어르신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 도움을 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스스로 뒷처리를 하지만 그중에는 드물게 뒷처리가 어려운 분들이 있다.

그분들 용변후 뒷처리와 요실금팬티확인하고 제대로 입히기, 하의 제대로 입히고 단도리해주기 등이 요양보호사가 할 일이다.

문제는 그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해야 하는데, 그곳에는 비닐장갑이 귀했다는 점이다.

용변 후 뒷처리를 돕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당연히 비닐장갑을 요구하자, 그냥 맨손으로 하다가 손에 묻으면 물로 닦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

자신들(다른 요양보호사들)은 속옷에 대변을 실수한 어르신의 뒷처리도 그냥 맨손으로 하고 씼는다고 했다.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왜냐하면 그럴 때는 너무 바쁘니까 비닐장갑을 찾아 낄 시간이 없으니 우선 손으로 그냥 한다',는 부연설명까지 하는 것이다. (벌써 2년전의 일인데도 어제 일처럼 그들과의 대화는 이토록 생생하다.)

이게 뭐지?

그들의 근무습관에 관해 알게 될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요양보호사 하루이틀만에 맨손으로 똥을 닦으라는 미션인가?

더구나  창궐하는 코로나 전염병때문에라도 특히 위생관념에 더욱 철저해야 할 시설에서라니!


그 다음으로는 틀니세척 사건이다.

많은 어르신들이 틀니를 장착한다. 센터에서는 점심과 저녁식사를 제공하는데, 식후 양치질도 필수코스였다. 그로므로 식후에는 모두 세면대를 거쳐가야 한다.

틀니가 아닌 어르신들은 스스로 칫솔질을 한다. 그런데, 틀니를 끼는 분들은 스스로 틀니를 닦는게 아니라,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직접 닦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뜻밖에, 요양원에서처럼 거동을 못해 침상에 누워만 있는 사람도 아닌, 스스로 거동하며 스스로 양치질도 얼마든지 가능한 어르신들에게 왜 틀니는 스스로 닦게하지 않는지 의아했다.


식후 세면대에서 대기중인 요양보호사가 틀니가 있는 어르신에게 틀니를 빼달라고 요청한다.

요양보호사는 맨손으로 그 틀니를 받아서 열심히 닦아준다.

어르신은 그 앞에 선채 잠시 기다렸다가 그것을 받아 다시 입안에 끼우며 '고맙다'는 소리를 수십 번씩하고 돌아선다.

나는 그 광경에서도 의아함을 느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틀니 닦는 일을 왜 일부러 대신해주는 걸까. 그로 인해 어르신들은 의도치않게 감사인사를 하느라, 굽은 허리가 더 꼬부라졌다.


며칠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난감했으나 막상 그 틀니닦는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매우 당혹스러웠다. 나는 우선 장갑을 찾았다. 비닐장갑이 귀하다 보니, 찾기가 어려워 급한대로 눈에 보이는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한 어르신의 틀니를 닦기 시작했다.

그때, 목소리 크고 유식한 사회복지사가 다가오더니 놀란듯 소리쳤다.

지금 뭐하세요? 틀니가 뭐가 더럽다고 장갑을 끼고 그러세요? 그 장갑은 더구나 청소용이라고요!

그러면서 자신의 순결한 맨손으로 내손에서 틀니를 빼앗아 성심성의껏 닦아 어르신께 내밀었다.

어르신은 자동반사 인형처럼, 고맙습니다,고마워요... 되풀이했다.

청소용 장갑을 낀 것은 내 잘못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맨손으로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의 손은 세균이 많을 뿐더러 여기저기 세균을 옮기는 도구가 된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그런 손으로, 푹푹 삶아 소독을 하지도 않은 그 더러운 맨손으로 덥썩, 어르신들의 입안에 들어갈 틀니를 움켜쥐고 열심히 닦는다 한들, 고무장갑보다 얼마나 더 위생적일 것인가.


그곳에서는 내가 일회용 위생비닐장갑을 원한 것이 잘못인 것만 같았다.

다중 이용시설의 가장 기본적인 구비물품은 일회용장갑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곳에서는 오래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출근 하루이틀사이에 무성하게 자라났다.

그외에도 센터장의 센터장으로서의 윤리적인 태도에도 나는 의구심을 갖게되었다.

요양보호사들에게 귀따갑게 얘기하는 것은, 어르신들을 바른 인격체로 존중해야하며 어린아이대하듯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반말하지 말라,이다. 

그런데, 말꼬리를 잘라먹어가며 살짝 코맹맹이소리를 섞어가며 바로, 그 H센터장은 어르신들에게 '그러셨어? 저랬어?'하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우리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절대로 반말하지 말라고 날마다 신신당부를 하던 사람이었다. 나는 코웃음이 나왔다.


이와같은 구구절절한 탓으로 4일만에 첫 요양보호사로서의 일터를 박차고 나와버렸다.

나는 좌절했다.


아, 나는 안되겠구나. 나는 측은지심이 없어서 희생정신은 커녕 봉사정신도 없어서 누굴 진심으로 돌보기는 글러먹었구나! 요양보호사는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그후로 나는 두번 다시 요양보호사가 되겠다는 결심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2023년 3월 즈음부터 어머니의 투병과 대형종합병원-요양원-요양병원으로의 순환달리기가 시작되었고,

그 시간동안 병원과 요양병원을 드나들며 전전긍긍하는 동안에도, 마지막 6개월을 요양원에 누워계실 때 수시로 드나들며 어머니를 만날 때도.


그러나 부지불식간, 내가 어머니와 눈을 맞추고 손을 만지고 얼굴을 닦고 어루만지던 수십일 동안, 어머니는 나의 내면을 조금씩 흔들고 있었던가 보다. 그리고 어머니가 점차 사경을 헤매기 시작할 무렵에서야 비로소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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