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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벌써 9번째 시도였다.
4936 아반떼는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동수의 차 앞 유리엔 주차위반 딱지가 붙어있었다.
-네, 동북경찰섭니다
-주차 문제 때문에 신고 좀 하려구요
-네, 말씀하세요
-저희 빌라가 10세대인데 주차공간이 6개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매일 주차를 엉망으로 해요. 뒤에 한 칸이 비어 있는데, 그 앞에 차를 대는거죠.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질 않는데 방법이 없나요?
-이중 주차 자린데 뒷자리 비워놓고 앞에 댔다 이거죠?
-네네, 맞습니다
-다툼이 있거나 그런건 아니시고요
-네, 그건 아닙니다
-음… 그건 방법이 없어요
-네?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구요. 견인차를 부를 순 있는데 비용 부담은 본인이 하셔야 되고... 근데 거 왠만하면 하지마세요, 차주가 나중에 괜한 트집 잡아서 손해배상 해달라고 하면 골치 아프니까
-아… 근데 계속 이런 식으로 차를 대면, 제가 과태료를 낼 수 밖에 없거든요
-글쎄요… 조심하시는 것 밖엔 방법이 없어요. 이 동네 빌라들은 그런 경우가 워낙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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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벌써 15번째 시도였다.
4936 아반떼는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동수의 차 앞 유리엔 주차위반 딱지가 붙어있었다.
-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사장님, 그린빌 302호입니다
-아~ 302호 총각? 무슨 일로?
-주차문제 때문에 전화 드렸는데요, 혹시 4936 차주 아세요? 몇 호 사시는 분인지 모르겠는데 주차를 엉망으로 해요. 뒤에 한 칸이 비어있는데 자꾸만 그 앞에 차를 대서, 제가 과태료를 두 번이나 물었거든요. 가뜩이나 주차공간도 부족한 데 이건 빌라 차원에서 정리를 해주셔야 될 문제 아닌가 해서요.
-그 아저씨 때문에 우리도 골치가 아파요. 전화도 안 받고, 찾아가서 얘기해도 그때 뿐이고. 이런 전화를 매일 같이 받아요 내가. 저기 뭐냐... 402호 아줌마도 엊그제 전화왔고. 근데 방법이 없어. 총각이 얘기 좀 해봐요.
-제가요...?
-그래요. 그렇지 않으면 서로서로 이해하고 사는 수 밖에 없어. 그리고 우리 빌라 정도면 넓은거야 총각. 다른데 보면 3대, 4대 이렇게 밖에 못 대. 월세 60만원 짜리 방에 이 정도면 감지덕지지.
- …
-아 참, 그리고 얘기 나온 김에 말인데, 빌라 청소도 그렇고, 주차장 관리도 그렇고 요즘 돈 들어갈 데가 너무 많아요. 얼마 전에 정화조도 터졌고. 그래서 내년부터는 관리비를 좀 올려야 될까봐. 아무튼 그렇게 알고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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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2번째 시도였다.
4936 아반떼는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동수의 차 앞 유리엔 주차위반 딱지가 붙어있었다.
-네에, 정성을 다하는 동북구청 교통행정과입니다.
-안녕하세요. 주차 위반 딱지 때문에 전화 드렸는데요.
-네에
-아… 그러니까… 설명하자면 좀 긴데요. 저희 빌라가 10세대인데 주차공간이 6개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매일 주차를 엉망으로 해요. 뒤에 한 칸이 비어 있는데, 그 앞에 차를 대는거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를 갓길에 댔는데 이번 달에만 과태료가 3건이나 나왔어요. 혹시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되죠? 내 집 앞에 차를 대고 과태료를 내는 게 말이 안되잖아요? 제가 갓길에 대고 싶어서 댄 것도 아니고
-네에, 확인 도와 드리겠습니다. 주소, 성함, 차량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동북구 5-351 302호, 김동수, 32조 9730이요
-네에, 김동수 님 본인 맞으실까요?
-네
-네에, 32조 9730 차량 이번 달 4일, 8일, 21일, 세 번 위반하신 것으로 조회되는데 맞으실까요?
-날짜까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세 번이요
-네에, 과태료 면제를 원하시는 게 맞으실까요?
-면제든 뭐든, 방법이 없나 해서요
-네에, 이의제기나 구제신청 가능하신데 혹시 그에 해당할만한 사유 같은 게 있으실까요?
-사유요? 내 집 앞에 주차공간이 없어서 갓길에 댔는데 과태료가 나왔다니까요.
-응급차량이나 사고차량은 아니시구요?
-그건 아닌데, 내 집 앞에 주차공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갓길에 댄 건 사유가 안되나보죠?
-네에, 그건 해당 사유가 아니라서 구제신청은 어려울 것 같구요.
-...
-혹시 거주자 우선주차는 신청해보셨을까요?
-벌써 해봤죠, 6개월이나 기다려야 된다는 데, 6개월 동안 계속 과태료를 낼 수는 없잖아요?
-네에…
-방법이 없나요?
-네에,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럼 전 어떡하죠?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럼 내 집 앞에 주차하고 계속 과태료 내면 되는건가요?
-죄송합니다.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신을 위한 자리는 없다> 2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