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가 들리며 "모나코~"이렇게 시작하는 팝송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라, 아름다운 미국 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왕비가 된 나라. 모나코 인구는 3만 6천, 세계에서 바티칸 시티 다음으로 작은 나라이다.
니스에서 기차로 6개 정류장 20분 걸리고 모나코 유일한 기차역인 몬테카를로역에 내리면 된다.
기차에서 내려 지하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나오면 모나코 시내이다.
가로수가 귤나무이다. 심지어 귤이 나무 한가득 달려있다. 모나코 대공궁이 있는 모나코빌에 가기 위해 거리에서 안내판을 보고 있는데 젊은 여자분이 다가와서 도와줘도 되냐고 묻는다(친절하다!)
구글지도로 가려고 했기 때문에 도움이 그다지 필요하지는 않았지만성의가 고마워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는 가르쳐준 길이 아닌 구글지도가 알려준 길로 갔다. 하지만 그녀가 길을 자세히 알려주고 도와주겠다고 한 이유를 우리는 나중에 알았다.
구글지도가 알려준 길로 갔는데 대공궁이 안 나왔다. 대공궁 꼭대기만 보이고 들어가는 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돌고 돌아도 안 나오고 심지어 쇼핑센터 내부까지 들어가게 했다. 그 구글지도가!(너만 믿었는데 이럴 수가...) 결국 무슨 사건이 났는지 거리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물어서 들어가는 문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찾고 보니 그녀가 알려준 길로 왔으면 20분이면 올 수 있었는데 우리는 거의 한 시간을 헤맸다.
대공궁이 있는 모나코빌은 언덕 위에 있어 들어가는 입구도 위로위로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보니 산아래 빽빽한 건물과 항구의 모습이 얼마나 땅을 알뜰하게 활용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모나코 대공궁 입구
모나코 대공궁은 모나코의 대공이 실제로 거주하는 궁전으로왕궁 내부 관람은 국왕이 궁을 비우는 휴가철에만 가능하다. 모나코 대공궁은 13세기에 요새로 쓰인 건물을 증개축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국토가 매우 작은 모나코의 특성상 토지 부족으로 대체 궁전을 건립하기 어려워 700년 이상 같은 궁전을 사용하고 있다.
매일 11시 55분이 되면 왕궁 정문 앞에서 약 5분간 근위병 교대식이 열린다고 한다.
대공궁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면 모나코 구시가지가 나온다.
모나코빌의 건물들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동화마을 같은 분위기를 낸다. 건물의 독특한 색감이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묘하게 느긋한 기분이 되게 한다. 걸음을 멈추고,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아야 할 것 같다.
모나코 대성당
모나코 대성당은 파스텔톤의 다른 건물들과 다르게 백색의 대리석으로 지었다. 그레이스 켈리와 레니에 3세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이기도 하고 그녀가 사망하여 묻힌 곳이기도 하다. 이 건물의 창백함이 나에게는 그레이스 켈리의 화려한 이면인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떠올리게 한다.
해양박물관 쪽으로 내려오는데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 모습이 담긴 커다란 사진을 배경으로 방금 결혼식을 올린듯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12월이라 추운 날씨인데도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신랑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을 터트린다. 우리는 뒤에서 걸어가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한 어깨를 드러낸 신부의 모습과 한껏 멋을 낸 신랑과 그 친구들이 세상을 밝힐 듯이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모나코 해양박물관
궁전인 줄 알 정도로 건물이 아름다웠는데 해양박물관이었다. 지중해 바다 쪽은 바위에서 건물이 솟아난 듯,
바다의 신이 힘을 써서 건물을 밀어 올린듯한 형상이다.
해양박물관 앞 정원을 지나 나가는 길 쪽으로 가다 보면모나코 항과 몬테카를로 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산이 뒤에서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진 모나코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작은 천국을 이룬 듯 풍요와 여유가 넘치는 모나코, 문득 이런 도시에서 조용히 욕심 없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이 허락하는 휴식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그곳에 있는 것’이다
- 애니 데이슨 콜 "휴식의 철학"
모나코를 감싸 안은 산에 석양이 드리운다. 해가 지는 시간은 쓸쓸하고도 달콤한 시간...
모나코빌에서 아래로 내려오니 놀이공원 같은 곳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그냥 줄을 섰다. 경찰들이 입구에서 짐 검사를 한 후 사람들을 들여보내고 있었다. 놀이공원 들어가는데도 짐검사를 하는 게 의아했지만 여기저기서 테러가 발생하니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모나코는 세계에서 인구 대비 경찰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인구 3만 6천 명 중 500명이 경찰이라 인구 70명당 경찰 1명이고 24시간 운영되는 집중 관리 경찰 시스템과 매일 전체 경찰관의 60%가 배치되는 야간 순찰 근무 제도, 길 구석구석 설치되어 있는 400대 이상의 CCTV가 있어 범죄가 발생해도 범죄 현장으로 출동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을뿐더러 범인이 국가 밖으로 도망칠 우려가 있다면 국경 봉쇄를 3분 이내에 이루어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고 한다.
모. 나. 코. 정말 안. 전. 한. 나라다!
모나코에 밤이 찾아오자 모든 것이 반짝이는 도시로 변한다.
놀이공원에 들어오니 좁은 공간에 온갖 놀이기구와 먹거리,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사이를 메우고 걸어가고 먹고 마시고 아이들과 놀이기구를 타고 행복해한다. 바로 옆에는 고급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있어서 휴양지가 실감 나는 분위기이다.
극장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
놀이공원에서 저녁을 먹고 몬테카를로 카지노를 향해 걷고 있는데유난히 차들이 많이 들어가는 곳이 있었다.
프린세스 그레이스 극장이었다. 예술 영화관(Cinéma des Beaux-Arts)이 극장 안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영화관은 의외로 지하에 있었다. 소극장 규모의 상영관이 몇 개 있고 로비는 궁전처럼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로비에 깔린 레드카펫에서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놀았다. 화장실조차도 아름다운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더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중세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들이 불빛을 받아 빛난다.
밤의 어둠이 있어 빛이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나의 고된 일상이 있어 지금 이 여행과 자유가 있는 것처럼
몬테카를로 카지노 건물에 미디어 아트쇼를 하고 있었다.
앞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 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장식물들과 밝은 표정의 사람들이 광장을 꽉 채우고 있다.
카지노 건물 안에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이 고풍스러운 건물에 대해 설명하는 듯한 커다란 책과 피아노, 장미꽃을 꽂아 둔 트리가 있다. 카지노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있고 표를 발권해서 들어가야 한다.
카지노 건물만큼 화려한 카페 건물이 왼쪽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주간과 겨울을 즐기고 있다. 세계에서 모였을 이 사람들을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결심을 통해 만났다. 이 색다르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광장 앞 유리볼에 화려한 건물과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하나의 세계를 떠나오니 또 다른 세계가 열리고 그 속에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