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계절
비는 어디에나 공평하게 골고루 내린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나뭇잎은 더욱 피어날 것이고 초록은 더 짙어질 것이다.
오늘은 산책이 어려울 정도로 비가 오지만 어제는 산책하기에 너무도 좋은 날이었다.
햇살이 맑게 퍼지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오는 기분좋은 아침이었다.
산책을 해야한다면 딱 이런날이야 하는 기분으로 공원에 들어섰다.
나무들은 물이 올라 연초록으로 생기를 뿜어내며 걷기 좋게 그늘을 드리우고
적당한 햇살이 비치는 굽이진 길.
내 뒷모습이 영화에 나오기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천천히 산책길로 들어섰다.
빽빽한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지만 저수지는 온갖 생명들을 조용히 품고 있다가
이 봄, 세상에 내어놓고 있다.
이곳을 걷다보면 전문가용 커다란 카메라를 뻗치고 캠핑의자에 앉아 백로같은 새들의 움직임을 찍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가 있다. 그들의 모습은 흡사 특종을 기다리는 기자 같기도 하다.
공원의 풀밭에는 온갖 생명들이 자라고 있다.
봄이 되어 눈으로 보니 알 수 있다. 그래서 봄인가보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단순하게 정의내리기에는 사이사이 너무나 많은 계절이 존재한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때때로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느낀다. 바람 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난 가치가 있구나.
-페레난도 페소아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