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올레

상추자, 하추자 봉우리 스무개를 걸었다.

by 정안

18-1 상추자, 18-2 하추자 올레길을 이틀 동안 걸었다.

추자도는 두 코스 모두 난이도가 최고인 '상'이었다. 걷기 전 함께 걷기 봉사자가 한 말의 의미를 깊이 새긴 이틀이었다. 추자도를 걷고 나면 다른 올레길은 아주 편하게 느껴질 거라고.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추자도 가는 배는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배 하나뿐이다. 7시까지는 여객선 대합실에 가야 해서 제주항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고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걷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숙소 밖으로 나오니 어젯밤 젊음의 열기는 사라지고 조용했다.


함께 걷기(아카자봉)를 신청해 뒀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발권을 하고 함께 걷기(아카자봉) 봉사자와 참여자들을 만났다. 봉사자 2명 포함 9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친구 1팀, 자매 1팀, 혼자온 사람 3명. 배표는 각자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제주항에서 배를 타고 추자도 신양항으로 들어가서 하루를 자고 이틀 동안 걷는 일정이다. 제주항에서 추자도까지는 배로 2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숙소는 봉사자분들이 미리 예약해 줬다.


18-2 하추자

신양항에서 내리니 날씨는 화창하고 걷기 좋을 만큼 쌀쌀했다. 짐을 모두 가지고 와서 가방이 무거웠는데 숙소 측에서 차를 보내 가방을 실어갔다. 걸을 때 필요한 최소한만 가지고 출발했다. 신양항에서 출발하는 올레 18-2 하추자 코스를 먼저 걸었다.


18-2 하추자 올레는 산양항에서 출발해서 석두청산 정자와 졸복산을 거쳐 대왕산 황금길에서 중간스탬프를 찍고 묵리를 거쳐 금파골과 추자교를 지나 추자면 사무소에서 마무리하는 9.7킬로미터의 길이는 길지 않지만 올라가는 봉우리(오름)가 많은 코스이다. 봉우리를 7개 넘었다.


출발하기 전 간단한 준비 운동을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주의사항을 듣고 출발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뜸 긴 오르막길이었다. 헉헉대고 걸어 도착하니 추자도 안내판이 보이고 정자가 나왔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햇살아래 반짝이는 바다와 섬들. 특히 한라산의 모습이 윤곽만으로 저 멀리 보였다. 날씨가 좋아야만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다시 걸어 대왕산 황금길로 접어들었다.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더니 첫 번째 전망대가 나왔다. 사자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사자섬이라고 하는 수덕도가 보이고 쪽빛 바다는 아름답다. 내리막은 좋은데 오르막은 힘들었다. 기나긴 계단을 올라가 두 번째 전망대. 바다는 올라갈수록 넓게 보이고 풍경은 감탄을 자아냈다. 환경관리센터에서 쓰레기 소각하면서 발생하는 열로 만든 족욕 체험장이 있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 우리는 그냥 지나왔다.


또다시 긴 현무암 계단이 시작되었다. 몇 번을 쉬고 숨이 턱까지 차 세 번째 전망대에 도착했다. 간단한 간식을 먹고 또다시 출발. 나무계단을 끝없이 올라가니 대왕산 정상 전망대가 나왔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걷기 시작한 신양항과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다시 내려갔다 올라가서 중간 스탬프를 찍었다. 절벽아래 용이 살던 연못을 용둠벙이라 한다. 용둠벙 숲길을 지나 신양리로 내려와서 점심을 먹었다. 국밥 맛집이었는데 국밥도 밑반찬도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묵리의 고갯길을 올라 숲길을 걸어 내려와서 커다란 추자대교를 건넜다. 다시 송전탑이 있는 언덕길을 씩씩대고 올라가면 상추자항이 보인다. 걸어내려 가 항구 옆 추자면사무소 옆에 추자도 여행자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종점 스탬프를 찍고 근처 숙소로 갔다.


추자도는 바다의 물살 덕분에 조기가 아주 맛있다고 했다. 숙소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구운조기와 조기 사골국(?), 미리 주문한 감성돔 회가 나왔다. 이 숙소 식당이 진정한 맛집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다들 감동을 했다.


나는 일인실을 썼는데 방에서 바다와 항구가 보였다. 밤바다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넋 놓고 바라보았다. 올레길 중 역대급이었던 하추자 올레. 브런치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펼쳤다가 하루의 피로가 몰려와서 쓰지 못하고 열 시에 잠들었다.


18-1 상추자

어제저녁 잠들 때는 다음날 못 걸을 것 같았는데 푹 잤더니 또 멀쩡해졌다. 조기탕이 감탄을 자아내는 아침을 먹으며 봉사자가 말했다. 밥 많이 먹고 가방 최대한 가볍게 하고 스틱 준비하라고. 어제 하추자 보다 오늘 상추자가 더 어려운 길이라고 했다. 오, 마이 갓!


상추자는 어제 마무리한 추자면 사무소에서 시작해서 봉골레산과 추자등대를 거쳐 다시 추자교를 넘어 은달 산길을 걸어 돈대산 정상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고 예초리 기정길(절벽길)을 지나 신양항에 도착하는 11킬로미터의 길이다. 상추자는 봉우리를 13개 넘었다.


게다가 올레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나바론 하늘길이 있는 언덕을 가보고 싶다는 참가자가 많아 그 꼭대기까지 코스에 포함해서 가게 됐다. 난 못 가요... 외치고 싶었지만 어른이니까 다수결의 민주주의 방식에 따랐다.


마을 언덕길을 올라 최영장군의 사당에 들렸다가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고 올라 봉사자가 파스타 먹으러 간다고 농담을 한 봉골레산 정상에 도착했다. 다시 오르고 내려 상추자 전망대에 도착했다. 잠시 쉬고 간식을 먹었다. 다시 산을 내려와서 걷다 보니 후포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바다가 나왔다. 해녀분들이 물질을 하고 있었고 가끔씩 숭어가 뛰어올랐다. 이곳에서는 숭어를 맛없다고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수직으로 솟구친 기나긴 계단을 오르고 올라 산 꼭대기 나바론 하늘길에 도착했다.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 사방이 트여 전망이 아름다웠다. 코끼리 모양 바위와 말머리 모양 바위도 볼 수 있었다. 절벽을 따라 봉우리를 몇 개 넘었는지 모르겠다. 고난의 행군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올라갈 때는 죽을 듯이 힘들다가 조금 쉬면 또 기운이 생겼다.


참굴비 포토존 전망대를 지나 오르고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추자 등대를 지나 다시 추자교를 건넜다. 은달 산길과 담수장길을 걸어 돈대산 정상 정자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었다. 학교 가는 샛길을 지나 예초 포구에 도착했다. 예초리라이름은 풀도 예의를 갖추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추자는 젓갈이 유명해서 포구에만 가면 대형 젓갈통이 즐비했다. 예초포구에도 주인의 이름이 쓰인 많은 젓갈통이 놓여 있었다.


예초포구까지는 체력의 고갈을 느끼면서도 잘 걸어왔다. 예초리가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봉사자가 자꾸 이십 프로가 남았다고 해서 설마 이제 올라가는 길은 없겠지 했는데 예초리 기정길(절벽길)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다. 심지어 점심도 안 먹었다. 가는 길에 식당이 없어서.


나는 비명을 지르며 스틱을 꺼냈다. 스틱이 아니었다면 그 오르막 길을 걷지 못했을 것이다. 예초리 기정길은 숲길을 걸으며 절벽의 모습과 바다를 같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걷다가 '눈물의 십자가'가 멀리 보였다. '눈물의 십자가'는 신유박해 당시 제주도로 유배 가서 관노가 될 운명이었던 정난주 마리아(다산 정약용의 조카)가 두 살배기 아들 황경한이 노비로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홀로 남겨두고 떠난 예초리 바닷가 갯바위에 세워져 있다. 황경한은 이곳에서 어부에게 발견되어 잘 성장해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지금은 그의 6 세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이를 바닷가에 두고 떠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니 먹먹해졌다.


모진이 몽돌해변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집이기도 했지만 밥이 꿀맛이었다. 추자도는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신양항에 도착해서 종점 스탬프를 찍고 추자도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 같이 사진을 찍고 배를 타고 제주항으로 돌아왔다. 봉사자는 추자도를 한번 걷고 돌아갔는데 눈에 아른거리고 다시 가고 싶어서 열여섯 번 왔다고 했다. 나는 지금 당장은 추자도 올레길은 다시 못 갈 것 같다. 내 체력의 한계에 가장 근접했던 올레길이었다.


하지만 힘들어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1박 2일과 오름 스무 개를 넘나들며 보았던 추자도의 아름다운 모습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