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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나종호 Sep 26. 2021

<오징어 게임>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

(다음 내용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6화 중에서

장안의 화제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6화를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영이란 캐릭터가 새벽이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내가 만났던 환자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친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비롯한 각종 학대와 폭력을 당한 피해자였던 소녀. 그리고 어느 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사랑하는 어머니의 주검을 마주한 그녀는 결국 아버지를 살해한다. 교도소에서 복역 기간을 마치고 출소하던 날,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지영은 삶의 마지막 30분일 수도 있는 시간을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게임에 쓰는 대신, 그녀가 새로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 쓴다. 그 시간 동안 새벽에게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들었을 자신의 가장 어두운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나는 이 장면에서 트라우마를 가진 환자들과의 면담을 떠올렸다. 그리고, 결국 새벽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포기한다. 이 게임에서 스스로 게임을 포기한 사람은 지영이 유일하다.    


전에 에도 쓴 적 있지만, 우리는 흔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자살을 현실의 고통을 멈출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를 본인이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누군들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 (자살을 정당화하려는 말로 오해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린다. 나는 누구보다 자살을 막고 싶어 하는 정신과 의사이다)


지영 역할을 맡은 배우가 故 설리 씨를 너무나 똑 닮아서, 더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그녀에겐 본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마음 하나가 필요했던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난 없더라.. 나가고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 네가 질문한 이후로 내내 생각했는데, 나갈 이유가 없어.

고마워, 나랑 같이 게임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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