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 Oct 25. 2024

소울메이트

#1. 살아남은 기억

내 방에서 구급차로 옮겨지는 동안, 모든 것이 느리게 움직이는 듯했다. 눈앞의 세상이 흐릿해지고, 내 몸은 무겁게 느껴졌다. 구급대원이 나를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며 “이제 구급차로 이동합니다,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먼 거리에서 들리는 것처럼 희미하게 들렸다. 가느다란 손이 내 팔 아래를 받쳐주었지만, 그 힘조차도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다.


구급차에 들어서자 차가운 금속과 인공의 차가운 공기가 나를 감쌌다. 의자에 눕혀지며, 내 머리가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위치를 조정하는 그들의 손길이 어찌나 간절하게 느껴지던지. “괜찮으세요? 긴장하지 마세요.”라는 그들의 말이 내 귀를 스쳤다. 그러나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구급차의 엔진 소리가 나의 심장 소리와 섞여 점점 더 빠르게 고동쳤다. 가속하는 순간의 충격에 몸이 덜컹거렸고, 그 순간 어지러움이 다시 찾아왔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불빛이 마치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별처럼 느껴졌고, 내 마음은 그곳에서 멀어져만 갔다. 내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 ‘이제 끝인걸까?'


응급실에 도착하자, 구급대원들이 나를 재빠르게 꺼내며 “환자입니다, 응급처치 필요합니다!”라고 외쳤다. 그들의 목소리는 생생했지만, 내게는 먼 과거의 기억처럼 들렸다. “강간당하셨어요?” 의사의 질문이 쏟아졌다. 내 입술은 여전히 굳어 있었고, 대답은커녕 내가 누군지조차 잊고 싶었다.


복도는 하얗고 차가운 조명이 가득 차 있었고, 냉기가 피부를 스쳤다. 나는 누군가의 차가운 손이 내 어깨를 누르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맞았으면 뼈가 부러졌을 텐데, 뼈가 하나도 상하지 않은 게 신기하네요, 환자분.” 그 의사의 말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한두 달은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현재로는 뼈에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그 말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MRI 촬영을 위해 나를 침대에서 이동시키는 순간, 모든 것이 다시 느리게 움직였다. ‘이대로 사라졌으면’이라는 생각이 내 마음을 쥐어잡았다. 기계 속에 들어가면서 소음이 나를 압도했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도망치고 싶었지만,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다. 그런 긴 터널 속에서 나는 정말로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몇 시간이 지나고, 결국 기계 밖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환각과 같은 비현실적인 순간들이 지나가고,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를 다시 누르며 말했다. 눈 주위의 통증이 심해졌고, 눈을 뜨려 하자 고통이 쏟아졌다. 의사와 마주하며 두려움이 밀려왔다.

“한두 달은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이 이어졌다. 그때, 의사 뒤에서 어슬렁거리며 나를 지켜보는 그가 보였다. 나를 폭행한 사람, 나의 친오빠였다.

MRI 촬영 후 결과를 확인한 의사는 퇴원하라고 말했다. “저 친오빠한테 맞은 거라, 이대로 집에 가면 맞아 죽을 것 같아서 며칠이라도 입원하면 안 될까요?” 나는 의사의 가운을 붙잡고 매달렸다. “가족 일은 병원에서도 어떻게 해 드릴 수가 없어요.” 그 냉정한 대답에 내 마음은 무너졌다. 아빠에게 상처를 입힐까 두려워, 나의 아픈 모습을 숨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구타로 온몸이 멍들어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을 잡았다. “나 응급실인데 와 줄 수 있을까?” S에게 보낸 문자였다. “아니, 무슨 일인데 응급실이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S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퇴원 절차가 끝나 응급실 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며 급하게 달려오는 S의 모습이 보였다. “나 때문이야, 다 나 때문에, 어떻게,” 소리치며 달려오는 S에게 나는 안겼다.

S의 어깨에 기대어, S의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리는 내 몸은 방지턱이 있는 도로를 지날 때마다 더 심한 고통을 느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