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은 정말이지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고민스러울 정도로 작업이 힘들었고 또 현재까지도 가장 다루기 어려운 식재료다. 케이크의 모양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인 아이싱이 어렵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문제는 내가 무엇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알 수 없었다는 것에 있었는데 정확한 위치와 깊이를 파악할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발 디딜 곳을 찾겠다고 허우적대는 꼴로 3년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3년쯤 실패를 거듭하고 나서야 겨우 실패하는 횟수보다 성공하는 횟수를 늘릴 수 있었다. 결코 완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트를 붙잡고 씨름할 땐 너무나 거대해서 인지할 수도 없었던 장벽이다. 수백 번을 반복해도 답이 없던 빵 굽기에 눈이 멀어 아이싱의 존재감이 쪼그라져 있었다. 제누아즈의 고난을 겨우 넘기고 나니 아이싱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왔냐는 듯 바람 빠진 풍선에 공기가 차오르듯 웅크린 몸을 서서히 일으켜 거대해져서는 내 앞을 가로막았다. 대부분의 일들은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쉬워지지만 생크림을 다루는 일만큼은 하면 할수록 어렵게만 느껴졌다. 세상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재료가 있을 수 있는 거냐며 허공에 대고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입덧으로 가게 오픈도 못하고 매장 한쪽 구석에 누워서 지낼 때 스패츌러를 먼저 손에 잡은 건 남편이었다. 나조차도 아이싱 경험은 클래스를 들으며 한번 해본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개미 눈곱만 한 차이겠지만 그래도 더 나은 내가 할 테니 그냥 두라고 말할 수 없었다. 빵을 굽고 빵 사이를 과일과 생크림으로 샌딩까지 마친 뒤 아이싱 작업을 하는데 어딘지 모양이 이상했다. 완성 전이지만 더 해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매끄럽고 각이 예쁜 두루마리 화장지를 닮은 케이크를 생각했지만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크고 투박한 손두부 내지는 홈메이드 빨랫비누의 거친 표면을 닮아있었다. 물론 처음 해보는 것이기에 완성도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상상보다 훨씬 처참한 모습에 우리는 어이를 상실했다. 며칠 더 한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완성도의 기준조차 없었다. 단순히 모양만 완성하는 게 다가 아닌데 1차원적으로 형태에만 매달렸던 시기였다. 어쩌다 운 좋게 얻어걸려 성공했다고 인증샷까지 찍어둔 그 당시의 케이크 사진을 보면 기준이 많이 높아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어설펐다.
손님들한테 처음이니 많이 어설퍼도 봐주세요 할 수도 없고 이미 연세를 지불하고 난 후라서 쳇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해 멈춰있을 수 없었다. 이대로 가게를 열 수는 없고 그렇다고 마냥 완성도 높은 케이크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결국 내가 배운 몇 가지 메뉴 중에 아이싱이 필요 없는 것들을 골라 오픈하기로 했다.